한미약품이 개발한 호중구감소증 치료 신약 '롤베돈(Rolvedon)'[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한미약품이 개발해 미국 시장에 진출한 호구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베돈(성분명: 에플라페그라스팀, 국내 제품명 롤론티스)'이 실제 미국 의료 현장에서 확보한 대규모 처방 데이터(Real-World Data)를 통해 그간의 우려를 씻어내고 강력한 경쟁력을 입증했다. 특히 기존 허가 임상에서 다루지 않았던 고위험군 환자와 14일 주기 항암화학요법 환경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한 만큼,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강력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약품의 미국 파트너사 어썰시오 홀딩스(Assertio Holdings)가 듀크대학병원, 시티 오브 호프 암센터, 리노운 헬스 산하 페닝턴 암 연구소와 함께 진행한 'CLO26-092' 연구 결과에 따르면, 롤베돈은 실제 처방 환경에서 경쟁 약물인 '페그필그라스팀'(오리지널 제품명: 뉴라스타)과 대등하거나 앞선 임상적 수치를 기록했다.
이번 연구는 14일 주기 항암화학요법 및 고용량 요법(첫 번째 투여 후 7~14일 사이에 두 번째 투여) 동안 롤베돈 또는 페그필그라스팀을 투여받은 암 환자 572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후향적 코호트 분석 연구에 해당한다.
연구에 참여한 롤베돈 투여군은 페그필그라스팀 투여군에 비해 평균 연령이 높고(68.0세 vs 61.8세), 사망과 연관성이 높은 기저질환을 수치화한 찰슨 동반질환 지수(CCI) 점수 역시 더 높았다(11.6점 vs 9.2점). 즉, 상대적으로 더 고령이고 기저질환이 많은 '나쁜 조건'의 환자들이 롤베돈을 투여받았다는 의미다.
고령·기저질환자서도 효과 탁월 … 췌장암·대장암 등 적응증 확장 기반 마련
이러한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임상 결과는 놀라웠다. 항암 치료의 치명적 부작용인 '발열성 호중구 감소증'(FN) 발생률은 롤베돈 투여 15일 차에 0%를 기록하며 페그필그라스팀 1.4%보다 우수한 경향을 보였다. 30일 차 결과 역시 롤베돈 1.3%, 페그필그라스팀 2.3%로 롤베돈의 효과가 돋보였다. 다만, 이러한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정도는 아니었다. 이상반응 발생률 또한 두 그룹 간에 유사했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투여 주기에 있다. 기존 롤베돈의 허가 임상은 21일(3주) 주기의 항암 요법을 받는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21일 주기 요법이 일반적이지만, 암의 성장 속도가 빠르거나 재발 위험이 높은 경우에는 치료 강도를 높이기 위해 14일 간격으로 항암제를 쏟아붓는 치료 방식이 자주 사용된다.
항암제의 투여 간격이 짧아질수록 호중구 수치는 급격히 떨어질 위험이 크다. 골수 억제 작용이 강해지기 때문인데, 롤베돈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이러한 가혹한 환경에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구 데이터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롤베돈의 확장성이 더욱 명확해진다. 이번 연구에서 롤베돈을 투여한 환자들의 암종은 췌장암(29%), 대장암(23%), 유방암(26%) 등으로 다양했고, 항암 화학요법 역시 폴폭스(50%), 폴피리(37%) 등 여러 종류가 포함됐다.
이는 롤베돈이 특정 암종에 국한하지 않고, 광범위한 고형암 시장에서 페그필그라스팀 성분 제제의 강력한 대체재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관련 시장 '게임 체인저' 기대 … 점유율 확대 속도 붙나
미국 시장을 담당하고 있는 파트너사 어썰티오 입장에서 이번 데이터는 천군만마와 같다. 보험 등급 상향이나 처방 가이드라인 최신화 과정에서 리얼 월드 데이터는 강력한 근거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미국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시장은 현재 뉴라스타와 그 바이오시밀러들이 치열한 점유율 다툼을 벌이는 형국이다. 사실상 페그라스팀 성분 제제 위주로 시장 경쟁이 치러지고 있는 상황으로, 롤베돈은 신약으로서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공개된 이번 연구 결과는 롤베돈이 뉴라스타 바이오시밀러들과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이미지를 굳히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히 가격이 저렴한 뉴라스타 바이오시밀러를 쓰는 것보다, 고령 환자나 중증 환자에게 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가진 롤베돈을 쓰는 것이 의료진 입장에서 유리할 수 있어서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가치를 증명해낸 롤베돈이 '데이터가 곧 실력'인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리얼 월드 데이터를 등에 업고 '메가 블록버스터'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종합 암 네트워크가 발간하는 '미국종합암네트워크 저널(JNCCN)'에 최근 게재됐다.
롤베돈은 골수억제성 항암화학요법을 적용받는 암 환자에게 호중구감소증 치료 또는 예방 용도로 투여하는 3세대 바이오 신약이다. 과립구(granulocyte)를 자극해 호중구 수를 증가시키는 'G-CSF(과립구집락자극인자)' 계열로 암젠의 블록버스터 약물 뉴라스타와 작용 기전이 유사하다.
한미약품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 기술을 적용해 약효 지속 기간을 늘리고 투여 횟수를 줄인 것이 특징으로, 지난 2022년 미국 FDA로부터 판매승인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보다 앞선 지난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