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타깃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이중항체가 최근 정교한 항체 엔지니어링 기술을 바탕으로 특정 환경에서만 작용하거나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차세대 지능형 항체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단일 타깃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이중항체가 최근 정교한 항체 엔지니어링 기술을 바탕으로 특정 환경에서만 작용하거나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차세대 지능형 항체로 거듭나고 있다. 아직 임상단계에 진입한 것은 아니지만, 소규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머지않아 상용화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항체는 외부 항원의 자극에 의해 면역계에서 생성되는 물질로, 특정 항원과 결합하는 표적 특이성이 매우 높다. 항체 치료제는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과거 저분자 화합물이 표적하지 못했던 질병의 타깃을 강력하게 공격하며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복잡한 질환 대응 위한 이중기능성 항체의 등장
하지만 단일 타깃만을 표적하는 방식은 암처럼 병리적 특성이 복잡한 질환에서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이중기능성 항체(Bifunctional Antibody)다.
이중기능성 항체는 단일 항체에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을 통합한 형태다. 대표적으로 '이중특이성 항체(BsAb, Bispecific Antibody)'와 '항체약물 접합체(ADC, Antibody-Drug Conjugate)'가 있다.
'BsAb'는 항체의 타깃 결합 기능을 이중으로 늘려 저해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ADC'는 항체의 결합 능력에 세포독성 항암제를 물리적으로 결합한 형태다.
◆물리적 결합 넘어 기능적 혁신으로
그런데 이들 항체 역시 항체 고유의 특성을 단순히 물리적으로 더한 것에 불과하다. 즉, 'BsAb'는 서로 다른 두 항체를 연결한 것이고, 'ADC'는 항체라는 운반체에 세포독성 약물을 덧붙인 방식에 불과하다.
최근 업계에서는 이의 대안으로 특정 조건에서만 활성화되는 '조건부 활성 항체(Conditional Antibody)'나 타깃의 기능을 증폭시키는 '작용형 항체(Agonistic Antibody)' 등 기능 자체를 이중으로 개선시킨 새로운 접근법이 부상하고 있다.
'조건부 활성 항체'는 항체의 결합 부위를 단백질 조각으로 덮은(Masked) 형태로, 평소에는 비활성 상태를 유지하다가 특정 조건에서만 단백질 조각이 벗겨져 활성 상태로 전환되는 방식이다.
'작용형 항체'는 타깃에 결합해 활성을 억제하던 기존의 항체 방식에서 벗어나 항체의 결합력을 발판 삼아 타깃의 기능을 증폭시키는 기전이다. 'ADC'처럼 항체의 결합력을 이용하되, 세포독성 항암제가 아닌 작용형 저분자 화합물을 덧붙이는 개념이다.
◆기술적 한계 극복하고 차세대 항암제로 부상
조건부 활성 항체와 작용형 항체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신기술이 아니다. 항체 치료제의 태동기부터 꾸준히 논의되어 왔으나, 과거에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이론적 구상 단계에 머물렀다.
그중 작용형 항체는 실제 임상시험 단계까지 진입하기도 했지만 당시 기술력으로는 반응을 정밀하게 제어하지 못해 전신 부작용이라는 높은 벽에 부딪혔다. 2006년 독일 테제네로 이뮤노(TeGenero Immuno)의 작용형 항체 후보물질 '테랄리주맙(Theralizumab, 코드명: TGN1412)'이 대표적이다.
'테랄리주맙'은 1상 임상에서 항체가 타깃에 저분자 화합물을 덧붙이자마자 온몸을 떠다니는 수용체들이 타깃으로 몰려들었다. 이에 참여자 전원은 사이토카인 폭풍 반응을 보였고, 개발은 즉시 중단되었다.
이후 항체 기능 자체를 재설계하려는 시도는 한동안 업계의 외면을 받았으나, 최근 정교한 항체 엔지니어링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가령 조건부 활성 항체는 특정 체내 환경에서만 약효가 발현되는 프로드러그(Prodrug) 개념을 항체에 접목한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
작용형 항체의 경우, 항체의 꼬리(Fc) 부분을 정교하게 설계해 저분자 화합물이 암 조직 내에서만 수용체들을 서로 엉겨 붙게끔 응집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연구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기술은 바이오 벤처 등 소규모 기업을 중심으로 연구되고 있을 뿐, 실제 인체 대상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한 임상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조건부 활성 항체와 작용형 항체가 차세대 치료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항체의 기능을 얼마나 정교하게 조절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