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만성질환 치료 현장이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단일제 병용요법의 시대가 저물고, 여러 성분을 한 알에 담은 복합제가 그 자리를 빠르게 채워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복용 편의성을 넘어, 임상적 유효성과 경제적 가치를 입증한 결과다. 헬스코리아뉴스는 3편의 기획 기사를 통해 우리 제약사들이 일궈낸 임상 성과와 시장의 변화를 토대로 만성질환 치료 패러다임의 전환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上] 초기 치료부터 '복합제' 한 알 … 만성질환 '골든타임' 잡는 핵심 동력
[中] 한 알의 혁신으로 치료를 설계하다 … 숫자로 증명한 복합제 위력
대한민국 제약산업 R&D 현장이 '복합제' 열기로 뜨겁다. 특히 지난 2년간 국내 제약사들이 주도한 임상 연구들은 외산 오리지널 약물에 의존하던 과거를 뒤로하고, 우리만의 독창적인 성분 조합과 제제 기술로 글로벌 표준을 위협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대한민국 제약산업 R&D 현장이 '복합제' 열기로 뜨겁다. 특히 지난 2년간 국내 제약사들이 주도한 임상 연구들은 외산 오리지널 약물에 의존하던 과거를 뒤로하고, 우리만의 독창적인 성분 조합과 제제 기술로 글로벌 표준을 위협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보령이다. 보령은 최근 고혈압·고지혈증 4제 복합제 'BR1018'의 3상 임상시험 종료를 알리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산 신약 '카나브(성분명: 피마사르탄)'를 기반으로 암로디핀, 에제티미브, 아토르바스타틴을 결합한 이 약물은 임상에서 수축기 혈압을 10.09mmHg 낮추는 동시에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무려 52.36%나 떨어뜨렸다.
보령의 이러한 행보는 '카나브 패밀리'를 통한 시장 지배력 강화 전략의 정점이다. 보령은 카나브 제품군으로만 연 매출 2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새로이 선보일 4제 복합제는 그 목표를 향한 징검다리가 될 전망이다.
자체 신약을 중심으로 복합제 라인업을 확장하는 모델은 K-바이오의 성공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웅제약 역시 차별화된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운 상태다.
대웅제약은 최근 티아지드 유사 이뇨제인 인다파미드를 포함한 3제 복합제 'DWJ1622'의 3상 임상시험을 완료했다. 인다파미드는 기존 이뇨제보다 심혈관 보호 효과가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어, 포화 상태인 고혈압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은 '아모잘탄(성분명: 암로디핀·로사르탄)'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저용량 병용요법의 선구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회사가 최근 출시한 저용량 고혈압 치료 3제 복합제 '아모프렐(성분명: 암로디핀·로사르탄·클로르탈리돈)'은 초기 치료부터 강력한 혈압 강하 효과를 제공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미 시장 안착에 성공한 고혈압·이상지질혈증 치료 4제 복합제 '아모잘탄엑스큐(성분명: 암로디핀·로사르탄·에제티미브·로수바스타틴)'는 7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입지를 증명했다.
JW중외제약은 이상지질혈증 시장에서 '리바로젯(성분명: 피타바스타틴·에제티미브)'으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리바로젯은 출시 4년여 만인 지난해 연 매출이 1000억 원을 돌파하며 초대형 블록버스터 품목으로 성장했다. 이 제품은 피타바스타틴 성분을 바탕으로 당뇨병 발생 위험은 낮추면서 지질 개선 효과는 극대화해 의료진들의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는 종근당과 LG화학이 눈에 띈다. 종근당은 자체 개발 당뇨 신약 '듀비에(성분명: 로베글리타존)'를 기반으로 한 3제 복합제 '듀비엠폴서방정(성분명: 로베글리타존·엠파글리플로진·메트포르민'의 허가를 획득하며 '듀비에 패밀리'를 완성했다. LG화학은 국산 당뇨 신약 제미글로를 기반으로 한 복합제 '제미다파(성분명: 제미글립틴·다파글리플로진)'의 임상 결과를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발표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국내 제약사들이 복합제 개발에 매진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단순히 수익성을 높이는 수단을 넘어,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이 겪는 미충족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이제 국내 제약사들은 단순한 제네릭 제조사를 넘어, 복합제를 통해 치료 전략을 새롭게 짜는 '솔루션 제공자'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 탄탄한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국산 복합제의 진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3제를 넘어 4제, 그리고 서로 다른 질환군을 묶는 이종 복합제까지 개발되고 있다. 끊임없이 한계를 돌파하고 있는 이 '한 알의 혁신'은 만성 질환 치료 시장의 처방 패러다임 전환을 빠르게 앞당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