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B형 간염 치료제 '베믈리디(Vemlidy)'의 제네릭 상표권 분쟁이 결국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는다. 2심에서 패소한 국내 제약사들이 불복 절차에 나선 것인데, 패소 확정 시 수년간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 소멸은 물론 막대한 행정적·경제적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판결을 뒤집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삼일제약 등 3개 제약사는 베믈리디 제네릭 상표권 무효 소송에서 특허법원의 원고(길리어드사이언스) 승소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양측의 법정 분쟁은 대법원으로 자리를 옮겨 이어지게 됐다. 현재까지 오리지널사와 제네릭사가 승패를 한 차례씩 주고받은 만큼, 대법원이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분쟁의 핵심은 제품명 전반부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베믈리(Vemli)'를 독자적인 식별력을 가진 '요부(要部)'로 볼 것인지였다. 앞서 1심 격인 특허심판원은 전문가인 의사와 약사가 조제하는 전문의약품의 특성상 오인·혼동 가능성이 낮고, 상표 전체를 하나의 조어로 인식해야 한다며 국내사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하지만 특허법원(2심)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베믈리(Vemli)'가 해당 상표에서 핵심적인 식별 표지인 요부에 해당해, 이를 포함한 제네릭 제품들이 오리지널 제품과 상표 혼동을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영문 표기의 경우 시각적 유사성이 높아 처방 및 조제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길리어드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허법원이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동아에스티의 '베믈리아(Vemlia)', 대웅제약의 '베믈리버(VEMLIVER)', 삼일제약의 '베믈리노(Vemlino)' 등 베믈리디 제네릭 3종의 국·영문 상표 6개는 모두 무효가 될 위기에 처했다.
이러한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이들 제네릭사는 막대한 행정적·경제적 손실은 감당해야 한다. 시중에 유통 중인 제품의 포장재와 설명서를 모두 수거해 폐기해야 하며, 식약처 품목허가 명칭 변경 등 복잡한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무엇보다 출시 초기 투입한 거액의 마케팅 비용과 의료진에게 각인시킨 브랜드 인지도가 한순간에 소멸할 수 있다.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삼일제약 등 베믈리디 제네릭 3사 입장에서 이번 대법원행은 이러한 손실을 막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인 셈이다.
이번 상표권 소송의 최종 결과는 관련 시장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처음부터 '베믈리' 명칭을 피했던 종근당(테노포벨에이), 제일약품(테카비어디), 동국제약(알포테린) 등은 상표권 리스크 없이 안정적인 영업이 가능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의 판단이 극명하게 엇갈린 만큼, 최종적으로 대법원의 법리적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제약사들의 입장일 것"이라며 "1심과 2심의 판단이 극명하게 갈린 만큼, 대법원이 상표의 전체적 관찰과 요부 관찰 중 어느 쪽에 무게추를 두느냐가 향후 제약업계의 제네릭 네이밍 전략에 중대한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베믈리디는 길리어드가 기존 B형 간염 치료제 '비리어드'를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다. 프로드럭 형태로 개발해 내약성과 신장 독성 및 골밀도 감소 부작용 등을 개선한 것이 특징으로, 국내 시장에서 연간 약 6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