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루시우스제약 홈페이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라오스의 한 제약사가 아직 특허가 남아 있는 한국산 신약의 제네릭(복제약)을 버젓이 출시·유통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심지어 이 회사는 자사가 제조한 복제약을 수출까지 하고 있어 파장이 일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취재 결과,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 본사와 생산 시설을 두고 있는 루시우스 제약(Luicius Pharmaceutical)은 현재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Leclaza, 성분명 : 레이저티닙·Lazertinib)'와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Xcopri, 성분명 : 세노바메이트·Cenobamate)'의 복제약을 출시하여 유통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네릭 제품명은 각각 '루시레이저(LuciLazer)'와 '루시세노(LuciCeno)'이다.
◆최빈국 특허 보호 의무 유예 제도 악용
'렉라자'와 '엑스코프리'는 핵심 특허가 여전히 유효한 신약으로, 원칙적으로 현시점에서의 제네릭 유통은 명백한 지식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 '렉라자'의 경우 미국 물질특허 기준으로 2035년 7월경 만료될 예정이며, '엑스코프리' 역시 미국에서 2032년 10월까지 보호받는 등 주요 선진국에서 최소 2030년대 초반까지 특허 장벽이 견고하다.
그럼에도 루시우스 제약이 복제약을 선보일 수 있는 배경은 소재국인 라오스가 국제연합(UN)이 지정한 최빈국(LDC)으로,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협정(TRIPS)에 따른 '특허 보호 의무 유예' 제도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이 협정에 따라 최빈국은 2033년까지 의약품 특허 보호 의무를 면제받아 제네릭을 개발 및 유통을 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는 TRIPS에 의거하여 특허권이 발효된 시점부터 최소 20년간 해당 권리를 의무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WTO 회원국과 다른 일종의 특혜다.
'특허 보호 의무 유예'는 지난 2001년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된 제4차 WTO 각료회의에서 처음 채택되었으며, 2016년까지 49개의 최빈국에게 부여되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최빈국들의 자생이 불투명해지자, 국제사회는 유예 기간을 17년 더 연장하여 오는 2033년까지 의약품 특허 보호 의무를 면제하기로 했다.
◆회색 지대 노린 루시우스 제약의 실체와 부작용
루시우스 제약은 비엔티안 내 세이세타 종합개발지구에 생산 시설을 갖추고 라오스 보건부의 승인을 받아 활동 중인 실재 기업이다. 하지만 이들은 라오스의 법적 지위를 이용해 글로벌 제약사들의 지식재산권을 교묘히 회피하며 회색 지대에서의 영업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의 '렉라자'나 '엑스코프리'뿐만 아니라, 화이자(Pfizer),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노바티스(Novartis) 등 글로벌 제약사의 최신 표적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 등을 임의로 복제하여 해외로 배송하는 과감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자사 웹사이트와 SNS 등을 통해 자신들이 생산한 제네릭 리스트를 공개함은 물론, 이를 중국, 인도, 동남아 등 해외로 배송한다는 점을 공공연하게 홍보까지 하면서 국제적인 지식재산권 침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 때문에 루시우스 제약은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여러 차례 특허 침해 소송을 당했으며, 인도 법원 등으로부터 제품의 판매 및 유통 금지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성 검증 안 된 복제약 유통에 각국 경고
국제사회의 선의의 정책이 오히려 불법 복제약 유통을 부추기자 각국의 규제 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중국 정부 등은 최근 루시우스 제약이 생산한 제네릭의 자국내 유통 및 복용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는 공식 문건을 배포했다.
해당 제품들은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제조 역량이 담보되지 않은 기업이 타사의 특허 기술을 단순 참고한 제품인 만큼 유효성과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산 신약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치를 높여가는 상황에서, 이러한 회색 지대의 복제약 유통은 국내 제약 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에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