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뼈를 이용해 실제 치아를 재생하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치아가 빠지면 임플란트나 틀니를 하는 것이 당연한 상식처럼 여겨지는 시대다. 하지만 아무리 정교한 인공 치아라도 신경과 혈관이 살아있는 자연 치아의 감각과 회복력을 100% 대신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박찬흠 교수팀이 발표한 '치아 재생 바이오잉크' 개발 소식은 내 치아를 다시 자라게 하는 '재생 의학의 혁명'으로 평가된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 '지지체'가 치아 세포에 보내는 비밀 신호
치아 재생의 핵심은 줄기세포다. 줄기세포가 치아 조직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일종의 '집' 역할을 하는 지지체가 필요하다. 기존에는 인공적으로 만든 지지체를 사용했는데, 줄기세포가 이것을 '치아'로 인식하고 자라게 할 생체 신호가 부족하다는 점이 한계였다.
박 교수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 뼈(Natural Bone)'에서 답을 찾았다. 실제 뼈 성분을 추출해 만든 바이오잉크 'DbpGMA'는 그 자체로 줄기세포에 "여기서 치아 조직으로 성장하라"는 강력한 생체 신호를 보낸다.
◇ 자연 뼈 성분이 줄기세포의 '성장 레시피'로 작용
이처럼 마법 같은 변화가 가능한 이유는 바이오잉크가 줄기세포의 '지휘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바이오잉크는 자연 뼈 속의 핵심 단백질과 유익한 성분들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줄기세포가 이 잉크와 접촉하면 잉크 속 유익한 성분들이 줄기세포 내부에서 '치아 형성 유전자'를 깨우는 신호탄이 된다. 덕분에 인위적인 약물 주입 없이도 줄기세포 스스로가 치아 조직을 만드는 세포로 변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 3D 프린팅으로 만든 '세포가 살아가는 길'
연구팀은 고도의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접목해 실제 치아의 미세 구조를 재현하는 데도 성공했다. 머리카락보다 얇은 90마이크로미터(μm) 미만의 고운 뼈 분말을 활용해 치아의 단단함을 구현하는 한편, 그 안에 지름 0.7mm의 미세한 '혈관 통로'를 만들었다.
이 통로는 단순히 구멍을 뚫어놓은 것이 아니라, 실제 혈액과 영양분이 흐를 수 있는 '살아있는 길'이다. 치아 조직이 이식된 후에도 괴사하지 않고 실제 신체 조직과 연결되어 계속 자라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의미다.
◇ 임플란트 대체할 차세대 재생 치료의 서막
물론 이번 연구는 파일럿 단계로, 당장 내일 병원에서 이 기술로 치아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박찬흠 교수는 "실제 치아 제작에 즉각 적용하기에는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면서도 "자연 유래 뼈 조직의 활성을 보존하면서 고정밀 프린팅이 가능한 플랫폼을 확립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환자 개개인의 구강 구조에 딱 맞는 '맞춤형 치아'를 찍어내 이식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임플란트의 부작용이나 이물감 없이, 자신의 세포로 만든 진짜 치아를 다시 가질 수 있는 날이 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폴리머 테스팅'(Polymer Testing)에 게재되며 전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