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유럽 제품명 : '온투즈리', 성분명 : 세노바메이트) [사진=SK바이오팜 제공][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XCOPRY, 성분명: 세노바메이트·cenobamate, 유럽 제품명: 온투즈리·ONTOZRY)'가 난치성 뇌전증 치료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던 '미주신경 자극기(VNS)' 이식 수술의 강력한 대체재로 부상했다. 단순히 약효가 좋은 것을 넘어,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예정된 수술을 취소시키는 효과까지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된 것으로, 난치성 뇌전증 치료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는 평가다.
영국 버밍엄 퀸 엘리자베스 병원(Queen Elizabeth Hospital Birmingham)의 패 아웅(Pyae Aung)과 샨니카 사마라세케라(Shanika Samarasekera) 교수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Epilepsy & Behavior'를 통해 세노바메이트의 장기 관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VNS 이식 수술을 받았거나 앞둔 성인 난치성 뇌전증 환자 65명을 대상으로 세노바메이트 투여 후 36개월간의 임상 경과를 추적했다. 이들은 평균 10년 이상 뇌전증을 앓아온 초고도 난치성 환자들이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데이터는 VNS 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던 대기 환자군(23명)에서 나왔다. 엑스코프리 투여 후 발작이 눈에 띄게 줄어들자, 전체의 56.5%에 해당하는 13명이 예정된 VNS 수술을 미루거나 취소했다.
수술을 위해 대기하던 환자들이 약물 복용만으로 수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됐다는 것은 엑스코프리가 사실상 수술을 대체하는 약물로서 기능했다는 의미다.
엑스코프리는 기존에 이미 VNS를 이식받은 환자군(42명)에서도 위력을 보였다. 이들 환자 중 52%(22명)가 엑스코프리 추가 투여 후 50% 이상의 유의미한 발작 감소를 보였으며, 난치성 환자에게서 보기 드문 '완전 발작 소실(Seizure Freedom)'도 3명(8%)이나 보고된 것이다. 특히 2명의 환자는 엑스코프리만으로도 발작 억제 효과가 충분해 VNS 기기의 전원을 끄기(Deactivation)까지 했다.
VNS 수술 비용은 미국 기준 기깃값 약 1만 달러 이상이고, 수술비와 입원비를 포함하면 그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이와 달리 엑스코프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수술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보험 재정 절감을 원하는 각국 보건 당국이나 보험사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패 아웅 교수팀은 "엑스코프리를 통한 수술 회피는 상당한 경제적 파급 효과(Significant Economic Impact)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고가의 일회성 수술비용과 배터리 교체 비용, 합병증 관리 비용을 줄이는 대신 약제비를 지출하는 것이 국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유럽과 미국의 비용-효용 분석(Cost-Utility Analysis)에서도 엑스코프리는 VNS 대비 비용은 낮고 삶의 질(QALY) 개선 효과는 높은 우월성이 입증된 바 있다.
그동안 뇌전증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약물 치료에 실패한 환자는 병소 절제술이나 VNS와 같은 신경조절술로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이에 VNS는 20년 넘게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지만, 발작을 완전히 없애기보다는 빈도를 줄이는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번 연구는 세노바메이트가 VNS의 이러한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팜에는 이번 연구 결과가 호재라며"며 "엑스코프리는 현재 진행 중인 레녹스-가스토 증후군(LGS) 임상 3상까지 성공할 경우, 소아 및 전신 발작 시장에서도 VNS를 대체하며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