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암 및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의 대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다중특이성 항체가 올해는 기술 거래 측면에서도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항체 치료제는 기존의 저분자 합성의약품이 표적하지 못했던 질병 타깃들도 항체의 높은 특이적 결합 능력을 통해 강력하게 표적하면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질병이 단일 원인에 의해 발생하지 않는 만큼, 단일 표적 항체 치료제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다중특이성 항체 치료제다.
다중특이성항체는 두개 이상의 타깃을 표적하므로, 단일 항체 치료제 대비 더욱 정밀하고 뛰어난 치료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입증하듯,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개발 중인 다중특이성 항체 치료제는 무려 500개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중 항체 치료제에 대한 인기는 개발 트렌드를 넘어 라이선스 거래 시장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성사된 약물 라이센스 이전 거래에서 상위 20대 약물 가운데 6건이 다중특이성 항체 치료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표 참조]
특히 비항체 치료제와 항체 치료제가 나란히 주목 받았던 이전과는 달리, 올해는 항체 치료제의 독주 경향이 뚜렷해진 것도 특징이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2025년 다중특이성 항체 의약품 라이센스 거래 현황]
기업 약물 작용기전 개발 단계 거래일 거래금
2025년 거래금 순위
일본 다케다(Takeda) - 중국 이노벤트(Innovent) IB1343 PD-1+IL-2
이중특이성 항체 2상 임상시험 2025년 10월 21일 114억 달러(한화 약 16조 3000만 원) 2위 독일 바이오엔테크(BioNTech) -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큅(Bristol Myers Squibb, BMS) BNT327 PD-L1+VEGF-A
이중특이성 항체 3상 임상시험 2025년 6월 2일 111억 달러(한화 약 16조 원) 3위 미국 화이자(Pfizer) - 중국 3S바이오(3SBio) SSGJ-707 PD-1+VEGF
이중특이성 항체 2상 임상시험 2025년 5월 19일 63억 달러(한화 약 9조 원) 4위 미국 애브비(Abbvie) - 미국 자일리오(Xilio) 무명 CD3+PSMA
이중특이성
항체약물접합체(ADC) 약물 발견 2025년 2월 10일 21억 달러(한화 약 3조 원) 9위 미국 애브비(Abbvie) - 스위스 IGI ISB-2001 CD38+BCMA+CD3
삼중특이성 항체 1상 임상시험 2025년 7월 10일 19억 달러(한화 약 2조 7000억 원) 11위 미국 아벤조(Avenzo) - 중국 듀얼리티(Duality) 무명 EGFR+HER3
이중특이성
항체약물접합체(ADC) 전임상 실험 2025년 1월 7일 12억 달러(한화 약 1조 7000억 원) 14위
미국 증권사 윌리엄 블레어(William Blair)는 이와 관련 "①후발주자들의 기존 블록버스터 의약품 공략 진화 ②임상적 근거 확보 ③적응증 확대 가능성 상승 등의 3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①일반적으로 후발주자들의 기존 블록버스터 의약품 공략은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개발하여 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다중특이성 항체 기술이 발전하면서 후발주자들의 전략이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기존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타깃 하나를 추가로 덧붙인 다중특이성 항체를 통해 약물을 계승·발전한다는 일종의 '프랜차이즈'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독일 바이오엔테크(BioNTech)와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ristol Myers Squibb, BMS)의 'BNT327' ▲미국 화이자(Pfizer)와 중국 3S바이오(3SBio)의 'SSGJ-707'가 대표적이다. 이들 약물은 모두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의 표적 기전에 타깃 하나를 더하도록 설계되었다.
미국 MSD(Merck)의 PD-(L)1 면역관문 억제제인 '키트루다'는 전 세계 매출 1위인 초특급 블록버스터 의약품이지만 다중 항체가 아닌, 단일 항체 치료제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②임상 데이터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도 다중특이성 항체 치료제 개발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다양한 기업들이 다중특이성 항체 개발에 우후죽순 뛰어들다보니 그만큼 다중특이성 항체의 임상적 근거가 축적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약물 라이선스 거래 시장의 큰 손인 글로벌 빅파마들의 다중특이성 항체에 대한 투자 및 라이선스 태도는 상대적으로 더 호의적으로 변하고 있다.
③그간 다중특이성 항체는 다소 복잡한 작용기전으로 인해 암세포 접근이 용이한 혈액암 치료에 집중되어 왔고, 조직 구조가 복잡한 고형암 적용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그런데 미국 암젠(Amgen)의 DLL3+CD3 이중특이성 항체 '임델트라(Imdelltra, 성분명: 탈라타맙·tarlatamab)'가 올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소세포폐암 치료제로 허가를 받으면서 고형암 치료 영역으로의 적응증 확대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는 다중특이성 항체 기술에 대한 신뢰도 상승으로 이어졌고 관련 라이선스 및 협업 거래를 촉진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한편, 중국 기업의 두각도 주목할 만하다. 상위 20위에 랭크된 6종의 다중특이성 항체 중 ▲미국 애브비(AbbVie)와 스위스 IGI의 'ISB-2001' ▲미국 애브비(Abbvie)와 미국 자일리오(Xilio)의 약물(무명)을 제외한 4건은 중국 기업이 개발한 후보물질이었다.
참고로, 독일 바이오엔테크(BioNTech)의 'BNT327' 역시 원래 중국 바이오테우스(Biotheus)가 개발하던 약물 후보물질로, 바이오엔테크는 올해 2월 바이오테우스를 인수하면서 'BNT327'의 권한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