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 전경[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스위스 로슈(Roche)가 넘지 못했던 신계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약물 개발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중국산 신약이 미국에서 재도전에 나선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6일(현지 시간), 중국 맙웰(Mabwell)의 ST2 억제제 후보물질 '9MW1911'에 대한 2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맙웰 측은 지난 2022년 10월 중국 환자 대상 '9MW1911'의 1상 임상시험을 완료한 바 있다. FDA는 중국 1상 데이터를 토대로 미국 2상 IND를 승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시험은 중등도에서 중증의 COPD 미국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9MW1911'와 위약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9MW1911'는 로슈가 임상 막바지 단계에서 좌절했던 ST2 억제 계열의 COPD 치료제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빅파마가 넘지 못한 장벽을 중국 후발주자가 극복할 수 있을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COPD는 폐 염증 반응으로 인해 그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질환이다. 지속적인 호흡 곤란이 발생하고, 기도 폐색으로 인하여 사망에도 이를 수도 있다. 과거에는 COPD의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기관지 확장제나 스테로이드 제제 투약에 그쳤다.
그러한 와중 프랑스 사노피(Sanofi)의 인터류킨-4(IL-4) 수용체 억제제 '듀피젠트'(Dupixent, 성분명: 두필루맙·dupilumab)는 지난 2024년 최초의 COPD 치료제로 허가를 취득했다.
다만, 적응증은 혈중 호산구 수치가 높은 제2형 염증 반응 COPD 환자로 한정돼 있어 COPD에 대한 범용 치료제로 보기는 어렵다.
로슈는 이러한 공백을 노리며 자사의 ST2 억제제 후보물질 '아스테골리맙'(astegolimab)의 COPD 치료제 개발을 시도한 바 있다.
이는 '듀피젠트'의 타깃인 IL-4 수용체가 이미 활성화된 제2형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하위 경로인 반면, '아스테골리맙'의 타깃인 ST2은 1형과 2형을 가리지 않고 염증 반응이 활성화되기 이전 단계에서 조절하는 상위 경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듀피젠트' 대비 더 범용적인 COPD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로슈는 올해 7월, COPD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던 3상 임상시험(시험명: ARNASA)에서 '아스테골리맙'이 시험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발표하며 약물의 개발을 공식 중단했다.
만약 맙웰의 '9MW1911'이 순조롭게 개발돼 상용화될 경우 사상 첫번째 COPD 범용 치료제이자 ST2 억제 계열의 COPD 치료제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맙웰은 아직까지 중국과 미국을 제외하고 '9MW1911'의 개발 지역 확대 계획을 공식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이 회사는 지난 2021년 11월 우리나라 특허청에 '항-ST2 항체 및 그의 적용'이라는 국내 특허를 출원한 만큼, 향후 한국 시장 진출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