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제약 사옥[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보령이 자체 개발 고혈압 신약 '카나브(성분명: 피마사르탄)'를 기반으로 한 4제 복합제 임상을 마무리했다. 한미약품의 '아모잘탄엑스큐'가 고혈압·고지혈증 4제 복합제 시장을 선점해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이 가시화하면서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보령은 지난달 11일 고혈압·이상지질혈증 4제 복합제 'BR1018'의 3상 임상시험 최종 피험자 관찰을 마치고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 종료를 보고했다.
이번 임상시험은 본태성 고혈압과 원발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을 동반한 환자를 대상으로 BR1018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진행됐다. BR1018은 1상 임상시험도 이미 마친 상태로, 통상적인 결과 보고서(CSR) 작성 및 데이터 분석 기간을 고려할 때, 이르면 내년 하반기께는 품목허가 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BR1018은 피마사르탄, 암로디핀, 아토르바스타틴, 에제티미브 등 4개 성분을 결합한 약물이다. 보령은 자체 개발한 신약 카나브와 함께 쓸 스타틴 성분으로 경쟁사들이 사용 중인 로수바스타틴 대신 아토르바스타틴을 선택했다.
현재 국내 4제 복합제 시장은 한미약품의 '아모잘탄엑스큐(로사르탄+암로디핀+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가 70% 이상의 점유율로 장악하고 있다. 후발 주자인 종근당 '누보로젯', GC녹십자 '로제텔핀' 등도 모두 로수바스타틴 기반의 약물이다.
보령은 로수바스타틴 일색인 4제 복합제 시장에서 신장 안전성 등 아토르바스타틴 특유의 장점을 앞세워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 강력한 혈압 강하 효과를 입증한 국산 신약 카나브의 브랜드 파워를 더해 의료진의 처방 변경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경쟁사의 제품 개발이 늦어진 점도 보령에는 호재다. 당초 보령과 함께 4제 복합제 시장의 유력한 경쟁자로 꼽히던 대웅제약은 고혈압‧이상지질혈증 2제 복합제 '올로스타'(올메사르탄+로수바스타틴)에 기반을 둔 4제 복합제 'DWJ1451'의 3상 임상시험을 지난 2021년 이미 마쳤으나, 이후 4년여간 다수의 1상 임상시험을 추가로 진행하면서 제품 상용화가 예상보다 미뤄지는 상황이다.
대웅제약의 제품 상용화가 앞으로 더 지연될 경우, 4제 복합제 시장은 한미약품의 수성 속에 보령이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하는 새로운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BR1018의 상용화로 보령은 '그레이트 카나브' 전략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게 된다. 단일제부터 2제, 3제, 그리고 4제 복합제까지 풀 라인업을 구축하게 되는 것으로, 회사가 목표로 하는 2026년 카나브 패밀리 연매출 2000억 원 달성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복용 약물 개수를 줄여주는 복합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4제 복합제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보령이 카나브의 영업력을 바탕으로 아토르바스타틴 조합의 차별성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어필하느냐가 시장 안착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