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충정로 소재 종근당 빌딩 전경[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종근당이 발기부전 및 전립선 비대증 치료 성분인 '타다라필(Tadalafil)'의 장기 지속형 주사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는 이미 관련 기술에 대한 권리화 작업에 나선 상태다. 현재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 시장에서 개발 중인 장기 지속형 주사제 대부분이 성기능 저하 부작용이 있는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5-ARI)' 계열인 만큼, 성기능 개선 효과를 겸비한 타다라필 주사제가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할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헬스코리아뉴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종근당은 '타다라필 또는 이의 약학적으로 허용 가능한 염을 포함하는 주사용 조성물'에 관한 특허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출원된 이 조성물 발명은 난용성 약물인 타다라필을 생분해성 지질과 보조 용매에 녹여 체내에 주입 시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도록 하는 '지질 데포(Lipid Depot)' 기술이 핵심이다.
기존 장기 지속형 주사제 제조에 주로 쓰이는 고분자 화합물인 PLGA(Poly Lactic-co-Glycolic Acid) 미립구 대신 '피마자유(Castor Oil)'을 사용하고 보조용매로 'NMP(N-메틸-2-피롤리돈)' 등을 최적의 비율로 배합했다.
PLGA 미립구 방식은 제조 공정이 까다롭고 분해 과정에서 산성 물질이 나와 주사 부위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종근당이 채택한 피마자유 기반의 액상 데포 시스템은 이러한 국소 내성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탁월한 약물 방출 제어 능력을 보였다.
실제 랫드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 결과, 해당 조성물은 투여 후 약 50일(7주) 동안 타다라필의 혈중 농도를 유효 수준으로 일정하게 유지시켰다. 이는 환자가 매일 약을 챙겨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한 달 또는 두 달에 한 번 주사를 맞는 것만으로 질환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주사제 개발의 최대 난제인 초기 과다 방출 현상도 잡았다. 피마자유를 사용한 제제는 비교군(토코페롤) 대비 초기 약물 방출량이 절반 이하로 감소해, 투여 직후 발생할 수 있는 저혈압이나 안면 홍조 같은 부작용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종근당의 이번 출원이 주목되는 이유는 현재 국내 제약업계의 장기 지속형 주사제 개발 트렌드가 탈모와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인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등 5-ARI 제제에 쏠려있기 때문이다.
5-ARI 계열 지속형 주사제는 기전상 남성 호르몬을 억제하기 때문에 성욕 감퇴나 발기부전 같은 부작용을 동반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이와 달리 타다라필은 혈관을 확장해 전립선 비대증에 의한 배뇨장애를 개선하면서 동시에 발기부전까지 치료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졌다. 전립선 비대증 환자의 상당수가 고령 남성으로 발기부전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타다라필 주사제는 5-ARI 주사제의 대안을 넘어선 상위 호환 치료 옵션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종근당은 이미 경구용 타다라필 제제인 '센돔'으로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특허 기술은 자사의 장기 지속 주사제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경구제 시장의 지배력을 주사제 시장으로 확장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립선 비대증은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만성 질환으로 환자들의 약물 순응도가 중요한 영역"이라며 "종근당이 타다라필 장기 지속형 주사제 개발을 본격화하면 처방 시장과 경쟁사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