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에스티가 자체 개발한 DPP-4 억제제 계열의 당뇨병 치료 신약 '슈가논(SUGANON, 주성분: 에보글립틴·Evogliptin)'.[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동아에스티(DONG-A ST)의 간판 당뇨병 치료제 '슈가논(Suganon, 성분명: 에보글립틴·evogliptin)'이 혈당 조절을 넘어 당뇨병 환자의 치명적 합병증인 혈관 석회화를 근본적으로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에 알려진 DPP-4 억제 기전과는 다른 새로운 경로를 통해 혈관 세포를 보호한다는 사실이 세계 최초로 규명돼 주목된다.
미국 MIT 코흐 통합 암 연구소, 인도 카슈미르중앙대학교,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사우드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슈가논의 혈관 평활근 세포(VSMC) 사멸 및 석회화 억제 기전을 밝힌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을 통해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당뇨병이나 만성 신장 질환 환자의 혈관에 축적되는 독성 지질인 세라마이드(Ceramide)가 혈관 석회화의 주범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세라마이드는 혈관 벽을 구성하는 평활근 세포에 염증성 세포 사멸의 한 형태인 '파이롭토시스(Pyroptosis)'를 유발하고, 이 과정에서 세포가 뼈처럼 딱딱하게 굳어가는 형질 전환이 가속된다.
연구팀은 동아에스티의 '슈가논(에보글립틴)'이 세라마이드를 생성하는 핵심 효소인 '스핑고미엘린 분해효소(SMase)'에 직접 결합해 그 활성을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분자 도킹 시뮬레이션 결과 에보글립틴은 SMase 효소의 활성 부위에 강력하게 결합(Vina 결합 친화도 점수: -9.0kcal/mol)해 세라마이드 생성을 막았다. 에보글립틴에 의해 세라마이드 생성이 줄어들자, 혈관 석회화를 유발하는 연쇄 반응도 멈췄다.
에보글립틴을 처리한 세포에서는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NLRP3 인플라마좀'과 세포막에 구멍을 내 세포를 죽이는 '가스더민-D(GSDM-D)' 단백질의 활성도 현저히 감소했다. NLRP3 인플라마좀과 가스더민-D는 파이롭토시스 경로의 주요 마커로 알려졌다.
그 결과, 에보글립틴 처리군은 석회화 지표인 RUNX2 발현이 억제되고, 정상적인 혈관 수축 단백질인 SM22α의 발현이 유지돼 혈관의 유연성을 지켜냈다.
이번 연구는 에보글립틴이 단순히 인슐린 분비를 돕는 DPP-4 억제제를 넘어, 직접적인 혈관 보호제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당뇨병 치료제들이 혈당 강하 효과에 집중하는 가운데, 이번 연구는 슈가논이 심혈관 질환의 근본 원인 중 하나인 혈관 석회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 약물 재창출(Drug Repositioning)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며 "특히 심혈관 합병증 위험이 높은 당뇨병 환자들에게 슈가논이 차별화된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동아에스티가 자체 개발한 26호 국산 신약 슈가논은 지난 2016년 출시 이후 우수한 혈당 강하 효과와 안전성을 바탕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슈가논의 지난해 매출은 252억 원으로, 발매 첫해 36억 원 대비 7배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