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비만 치료제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GLP-1 작용제의 한계가 점점 드러나면서 업계는 대안 찾기에 분주하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전략은 바로 항체 치료제다.
GLP-1은 음식물이 위를 통과하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높이고, 이를 통해 식욕을 억제하는 체내 호르몬이다. GLP-1 작용제는 이 호르몬의 작용을 활용해 다양한 대사 질환을 치료하는 약물로, 현재 가장 각광받는 적응증은 단연 비만이다.
대표적인 의약품은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세마글루티드(semaglutide) 계열 제품군으로, 2024년에는 무려 260억 달러(한화 약 37조 원)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 일색이던 GLP-1 작용제에도 점차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①펩타이드 치료제로서 약물의 구조적 안정성이 낮다는 점과 ②GLP-1 작용에 따른 근손실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①펩타이드는 아미노산이 연결되어 만들어진 체내 작은 단백질 분자다. 아미노산의 순서에 따라 다양한 생리 기능을 담당한다. 펩타이드 치료제는 이러한 펩타이드의 기능을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그런데 현재 수많은 의약품이 저분자나 항체를 기반으로 하는 반면, 펩타이드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하다. 이는 펩타이드의 구조가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어 안정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GLP-1 작용제는 여전히 펩타이드를 사용하고 있다. 타깃인 GLP-1 호르몬은 저분자가 접근하기에는 너무 크고, 항체가 결합하기에는 너무 작다. 이로 인해 GLP-1 작용제에서만큼은 펩타이드 치료제가 활용된다.
그러나 이는 곧 GLP-1 작용제의 약물 구조가 불안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분자 약물처럼 경구제로 개발되어 투약이라도 편리했으면 다행이겠지만 GLP-1은 위에서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경구 복용이 어렵다.
이 때문에 주사제로만 사용되며, 최대 1주일에 1회 투약이 필요하다. 항체 치료제도 주사제로 투약되지만 약물 구조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최대 6개월 간격으로 투약할 수 있는 제품까지 출시된 것과 비교된다.
②무엇보다 GLP-1 작용 기전이 근손실을 초래한다는 단점이 최근 부각되고 있다. GLP-1 작용제는 음식 섭취량을 줄여 체중을 조절할 수 있지만, 충분한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으면 몸은 근육을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근손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업계는 GLP-1 작용제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표적 및 약물 계열의 비만 치료제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대안은 대사 작용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펩타이드 치료제가 아닌 항체 치료제로 공략하는 방향이다.
본지 취재 결과 현재 3상 임상시험에서 평가 중인 항체 기반 비만 치료제는 5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항체 기반 비만 치료제 3상 개발 현황]
약물 기전 타깃 업체 아피테그로맙(apitegromab) 단일 항체 MSTN
미국 스콜라 락(Scholar Rock)
마리데바트 카프라글루타이드(maridebart cafraglutide) 항체 펩타이드 접합체 GLP-1 및 GIP
미국 암젠(Amgen)
미바바데맙(mibavademab) 단일 항체 렙틴(LEPR)
미국 리제네론(Regeneron)
가레스토맙(garetosmab) 단일 항체 ALK2
미국 리제네론(Regeneron)
에무그로바트(emugrobart)
단일 항체 MSTN
스위스 로슈(Roche)
#미국 스콜라 락(Scholar Rock)의 '아피테그로맙'(apitegromab)과 스위스 로슈(Roche)의 '에무그로바트'(emugrobart)는 MSTN 유전자를 억제하는 항체로, MSTN는 근육세포 분화를 유도하는 기능이다.
따라서 MSTN 억제 항체 치료제는 MSTN 활성을 차단해 체내 근육량을 늘리고, 이를 통해 기초대사량을 높여 지방 연소를 촉진한다. 결과적으로 근육량을 유지하면서 체중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 리제네론(Regeneron)의 '미바바데맙'(mibavademab)과 '가레스토맙'(garetosmab)은 각각 렙틴(LEPR)과 ALK2에 작용하는 항체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각 타깃을 살펴보면, 렙틴은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식욕을 억제하고 기초대사량을 증가시키는 신호를 뇌에 전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비만 환자는 렙틴 저항성이 높은데, '미바바데맙'은 렙틴에 강하게 결합해 저항성을 극복하고 렙틴 신호 활성을 회복시키는 기전이다.
ALK2은 MSTN 유전자에 작용하는 키나아제로, '가레스토맙'은 ALK2 활성 차단을 통해 MSTN 유전자를 간접적으로 저해한다. '아피테그로맙'과 '에무그로바트'와 유사한 기전으로 체중 감량을 유도한다.
#암젠의 '마리데바트 카프라글루타이드'(maridebart cafraglutide)는 GLP-1와 GIP에 이중으로 작용하는 세계 최초의 항체 펩타이드 결합체다. 펩타이드는 GLP-1에 작용하고 항체는 GIP에 작용하는 구조다.
특히 GIP 호르몬은 근육 내 대사와 지방 축적 신호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마리데바트 카프라글루타이드'는 GLP-1 단일 작용제 대비 근손실 위험이 낮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