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제약이 판매 중인 비마약성 진통 복합주사제 '맥시제식'[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비마약성 주사 진통제 시장의 블록버스터로 떠오른 '맥시제식'의 특허가 후발 제약사들의 파상공세에 무너졌다. 15개 제약사로 구성된 2차 그룹이 특허 무효 심판에서 승리하면서, 특허분쟁 1차전은 도전자들의 전승으로 마무리됐다.
특허심판원은 SK케미칼, 보령, 삼진제약, 휴온스, 한화제약, 광동제약, 동광제약, 하나제약, 제뉴파마, 제뉴원사이언스, 마더스제약, 휴온스메디텍, 동구바이오제약, 한국팜비오, 대한뉴팜 등 15개 제약사가 맥시제식의 '복합 조성물' 특허에 대해 제기한 무효 심판에서 최근 일부성립 일부각하 심결을 했다.
복합 조성물 특허는 애초 총 10개 청구항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AFT 파마슈티컬스가 특허심판 도중 정정청구를 통해 그중 5개 청구항을 삭제하면서 특허심판원은 남아있는 청구항에 대해서는 청구성립 심결(일부성립)을, 삭제된 청구항에 대해서는 심판 대상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 심결(일부각하)을 했다. 사실상 해당 특허에 대한 전체 무효 심결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번 심결로 앞서 지난 6월 26일 같은 특허심판에서 먼저 청구성립 심결을 받아낸 JW생명과학, JW신약, JW중외제약, 비씨월드제약, HK이노엔, 대웅제약, 케이엠에스제약 등 7개 제약사를 포함해 맥시제식 특허 무효화에 나섰던 22개 제약사 모두가 1심 격인 특허심판의 문턱을 넘어서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많은 국내 제약사가 맥시제식 특허 공략에 나선 이유는 해당 제품의 폭발적인 시장성에 비해 특허 장벽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AFT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하고 경보제약이 판매 중인 맥시제식은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을 조합한 국내 최초의 비마약성 복합 진통 주사제다. 출시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1년 반 만에 누적 매출 54억 원을 돌파하는 등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그러나, AFT 파마슈티컬스가 국내에서 등록한 맥시제식 관련 특허는 2개에 불과하다. 그마저 1개 특허는 올해 7월 존속기간이 만료돼 권리가 소멸했다. 따라서, 2031년 만료 예정인 복합 조성물 특허가 현재 맥시제식의 유일한 특허에 해당한다. 즉, 이 특허만 무효가 되면 오는 2027년 재심사 기간 만료 이후 제네릭이 쏟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수 제약사가 맥시제식 제네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일제히 특허도전에 나선 이유다.
맥시제식의 복합 조성물 특허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 특허목록에도 등재된 것으로, 특허도전에 성공해 제네릭 우선판매품목허가를 획득하는 제약사는 9개월간 제네릭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
이 특허에 심판을 청구한 22개 제약사는 모두 우선판매품목허가를 받는 데 필요한 '최초 심판 청구' 요건을 만족했다. 따라서, 누가 먼저 제네릭 허가를 신청하느냐에 따라 우선판매품목허가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먼저 AFT 파마슈티컬스와 특허분쟁에서 최종 승소를 거머쥐어야 한다. 특허심판에서 완패한 AFT 파마슈티컬스는 앞서 1차로 심결을 받은 7개사를 상대로 특허법원에 심결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2라운드의 막을 올린 상태다. 이로 미뤄 볼 때 나머지 15개 제약사에 대해서도 불복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맥시제식은 경보제약이 AFT 파마슈티컬스로부터 도입한 세계 최초 비마약성 진통제 성분 파라세타몰 및 이부프로펜 결합 복합 정맥 주사제다. 작용기전이 다른 두 가지 성분이 이중으로 작용해 단일 성분 주사제 대비 2배 이상 뛰어난 통증 완화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2021년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아 2022년 하반기 출시됐다.
그동안 국내에서 허가받아 판매되던 아세트아미노펜 및 이부프로펜 성분 조합 복합제는 모두 정제로, 주사제는 맥시제식이 처음이다.
맥시제식은 출시 이듬해인 2023년 매출 100억 원을 돌파하며 단번에 블록버스터 제품에 등극했다. 지난해 매출은 별도로 집계되지 않았지만, 200억 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