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클론 연구원이 항체 신약 연구개발(R&D)에 몰두하고 있다. [2022-04-08][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제약바이오 업계가 진전된 항체 기술을 이용, 기존 저분자 억제제 기반 치료 전략을 항체 치료제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지만, 번번히 무산되면서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가장 최근 들려온 소식은 미국 암젠(Amgen)의 FGFR2 표적 항체 후보물질 '베마리투주맙'(bemarituzumab) 개발 사연이다. 암젠은 지난 20일(현지 시간),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베마리투주맙'의 3상 임상시험(시험명: Fortitude-101) 톱라인 분석 데이터를 발표했다.
해당 시험은 FGFR2b 과발현이 있는 이전에 치료 받지 않은 진행성 위암 또는 위식도 접합부암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베마리투주맙'+화학 항암제와 위약+화학 항암제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비교 평가하는 다국적 연구였다.
참고로 이 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실시된 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21년 12월 Fortitude-101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했다.
발표된 1차 분석 결과를 보면 에서 '베마리투주맙' 요법은 전체 생존율이 17.9개월로, 대조군의 12.5개월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년간 추적 관찰 결과, '베마리투주맙' 투여군과 대조군 간 생존 기간이 점점 하나로 수렴되더니 나중에는 그 차이가 사라져 버렸다.
이날 발표를 담당한 미국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MSKCC) 옐레나 얀지기안(Yellena Jnjigian) 박사는 "'베마리투주맙'이 위암 치료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꿀 만큼의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베마리투주맙'의 타깃인 FGFR2은 세포의 분화, 증식, 대사, 사멸 등 다양한 생리적 과정에 핵심적으로 관여하는 티로신 키나아제(Protein Tyrosine Kinase, PTK)이다. PTK는 단백질의 티로신 잔기에 인산기를 전달하는 효소로, 이 효소가 이상 활성화되면 암 등 여러 질환의 발생과 연관되기 때문에 항암제 등 다양한 치료제 개발의 표적이 되고 있다.
현재 FGFR2를 억제하는 대표적 약물은 미국 얀센(Johnson & Johnson)의 '발베사'(Balversa, 성분명: 얼다피티닙·erdafitinib)로, 모두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 계열의 저분자 약물이다.
'베마리투주맙'은 이와 달리 항체를 이용해 FGFR2의 활성을 강력하게 억제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표적 치료 유효성, 저분자 억제보다 항체 치료가 우수
저분자 억제제는 약물의 분자 구조가 작아 타깃 단백질의 세포막을 쉽게 통과하고, 세포의 에너지 공급원인 ATP(아데노신 삼인삼) 부위에 쉽게 달라 붙음으로써 세포의 생존 및 증식 신호전달경로를 방해하는 기전이다. 대체로 단백질의 ATP 결합 부위는 계열마다 구조적으로 유사하므로 거의 모든 저분자 억제제는 다중 표적 기전이다.
반면 항체는 외부 항원의 자극에 의해 면역계에서 생성되는 물질로, 항체와 항원에 결합하면 면역 세포가 이를 인식하고 공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항체는 표적 특이성이 매우 높을 수 밖에 없다. 항체 치료제는 체내 항체를 재조합하거나 모방해 만든 약물이다.
따라서 표적 치료의 특이성 측면에서 저분자 억제제는 항체를 능가할 수 없다. 다만 과거에는 항체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만큼 저분자 억제제의 단순한 ATP 결합 부위를 공략하는 방식이 차선책으로 활용됐다.
이러한 가운데 항체약물접합체(ADC) 및 다중특이성 항체 등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차 저분자 억제제 대신 항체를 이용해 암의 특정 타깃을 공략하려는 전략이 시도되고 있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얀센의 이중특이성 항체 치료제 '리브리반트'(Rybrevant, 성분명: 아미반타맙·amivantamab)다. 이 약물은 비소세포폐암(NSCLC)의 타깃인 EGFR과 MET을 TKI 보다 표적 특이성이 더 개선된 항체로 저해하는 기전이다.
이 덕택에 '리브리반트'는 현재 NSCLC 치료제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AZ)의 TKI '타그리소'(Tagrisso, 성분명:오시머티닙·osimertinib)를 뛰어넘어 새로운 강자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2030년에는 40억 달러(한화 약 5조 7000억 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개발 시도는 많았지만 결과는 번번이 실패
암젠의 '베마리투주맙' 역시 '리브리반트'의 뒤를 잇고자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런 결과는 '베마리투주맙'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저분자 억제제를 항체로 대체해 보려던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Gliead Sciences)의 'PY-314'는 PI3K을 표적하는 항체 치료제 후보물질로, 길리어드는 지난 2020년 고형암 환자 대상 'PY-314'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1상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그러나 길어어드는 2024년 중간 분석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자, 임상을 중단했고, 결국 올해 1월 개발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얀센 역시 산하 연구소를 통해 지난 2011년, BRAF 표적 항체 치료제 개발을 모색했으나, 연구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는지 공식 발표 없이 조용히 개발을 중단한 바 있다.
현재 LG화학의 자회사인 아베오 파마슈티컬스(Aveo Pharmaceuticals)도 인수 이전인 2010년, FGFR2 표적 항체 치료제 후보물질 'AV-369'의 비임상 실험을 진행하며 개발을 시도했지만, 이후 별다른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저분자 억제제 타깃 전략을 항체 치료제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한계를 보이는 이유는 타깃 단백질의 구조와 주변 조직 환경, 면역 반응 및 부작용 관리 문제 등 다양한 요인이 겹치기 때문이다.
항체가 타깃에 정확히 결합하려면 표적 단백질의 표면을 정밀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단백질들은 ATP 결합 부위만 유사할 뿐 구조가 제각각이며, 발현 위치나 형태가 환자마다 조금씩 달라 항체가 정확히 결합하기 어렵다.
주변 조직 환경이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어 항체가 표적에 접근하기 어렵거나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마지막으로 항체는 면역계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결합력을 정밀하게 조절하지 않으면 과도한 면역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결국 저분자 억제제의 타깃을 항체로 정확히 표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각 타깃에 대한 항체 설계와 면역 조절 기술 등 관련 기술이 더욱 발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첫번째 EGFR 표적 저분자 억제제인 AZ의 '이레사'(Iressa, 성분명 게피티닙·gefitinib)는 2002년 7월 처음 허가를 받았다. 그로부터 약 20년 뒤인 2021년 5월, 첫번째 EGFR 표적 항체 치료제인 '리브리반트'가 허가를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