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 도구로 제작한 이미지. [사진=제미나이][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14억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에서 국내 제약사 간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판매 경쟁이 시작됐다. 대웅제약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에 이어 HK이노엔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의 현지 공급이 시작된 것인데, 관련 시장이 형성된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치열한 영토분쟁이 예상된다.
로이터, CNBC 등 다수 외신 보도에 따르면, HK이노엔의 파트너사 닥터 레디(Dr. Reddy's Laboratories)는 'PCAB'이라는 제품명으로 케이캡을 인도에 출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케이캡 출시는 50mg 용량 제품이 대상으로, 함께 허가받은 25mg 용량 제품의 출시는 차후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닥터 레디의 브랜드 마켓(인도 및 신흥 시장) CEO인 MV 라마나는 케이캡의 인도 출시와 관련해 "이번 출시는 회사가 위장 관리 혁신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며 "HK이노엔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기존 소화성 궤양 질환 치료의 중요한 미충족 수요를 해결해 줄 PCAB(케이캡)의 환자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닥터 레디는 인도 5위권 제약사로, 소화기 질환 분야에서 오랜 강점을 보여온 회사다. PPI 제제인 '오메즈(Omez®, 성분명: 오메프라졸)'와 '라조(Razo®, 성분명: 라베프라졸)', P-CAB 제제인 '보노(Vono™, 성분명: 보노프라잔)' 등 브랜드를 통해 위장 치료제 분야에서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이번 케이캡 출시로 해당 분야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약 14억 286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나라다. 지난 2023년 중국(14억 2570만 명)을 제치고 전 세계 인구 1위 국가로 올라섰다. 국내총생산(GDP)도 세계 5위인 경제 대국으로, 지난해(2023년 4월∼2024년 3월) 경제성장률은 8.2%에 달했다.
그만큼 제약·바이오 시장 규모도 큰데, 2022년 기준 423억 달러(약 57조 원)로 글로벌 3위 수준이다. 이 중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 규모는 약 1조 40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4번째로 큰 규모다.
인도의 소화성 궤양 시장은 그동안 PPI가 장악하고 있었으나, 지난해 다수 현지 제약사가 다케다제약과 '보노프라잔(제품명: 다케캡)'의 비독점적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제네릭을 출시하면서 P-CAB 제제의 시장 침투가 시작됐다.
이후 올해 2월과 5월 대웅제약의 펙수클루와 HK이노엔의 케이캡이 각각 인도 중앙의약품표준관리국(CDSCO)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하며 보노프라잔 제제들과 경쟁을 예고했다.
인도에서 허가받은 펙수클루 용량은 40mg, 적응증은 미란성 식도염의 치료다. 케이캡의 허가 용량은 25mg과 50mg이다. 50mg 용량 제품의 적응증은 ▲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비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위궤양이고, 25mg 용량 제품의 적응증은 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이다.
이들 두 제품 중 먼저 출시된 것은 펙수클루다. 대웅제약의 파트너사인 선파마는 지난 4월 인도에서 펙수클루를 출시했다. 인도에서 국산 P-CAB 제제가 출시된 것은 펙수클루가 처음이다.
대웅제약은 인도를 펙수클루의 글로벌 핵심 거점국으로 선정하고, 2023년 12월 인도 1위 제약사 선파마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품목허가 신청부터 출시까지 신속하게 진행했다.
HK이노엔의 '케이캡' 인도 출시는 펙수클루보타 5개월 정도 늦게 이뤄졌다. 펙수클루와 허가 시점에 3개월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격차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펙수클루에 이은 케이캡의 인도 출시는 국산 신약끼리의 경쟁을 넘어, 현지 PPI 시장을 얼마나 뺏어올 수 있느냐의 싸움"이라며 "HK이노엔과 대웅제약은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P-CAB 약물의 우수성을 함께 알려 인도 시장의 파이 자체를 키워나가야 하는 관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