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헬스코리아뉴스 D/B][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항암제 '렌비마(성분명 : 렌바티닙메실산염)' 특허 무효 심판에서 고배를 마신 에자이가 보령을 상대로 '리벤지 매치'에 나섰다. 보령은 이미 제네릭 허가는 물론, 최근 보험약가까지 받아놓은 상황으로 특허분쟁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제네릭 조기 출시를 강행할지 주목된다.
에자이는 '갑상선암에 대한 항종양제' 특허(이하 용도 특허, 2028년 3월 4일 만료)의 무효를 인정한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불복해 최근 특허법원에 보령을 상대로 무효 심결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3월 심결이 내려진 뒤 3개월 만에 불복 절차에 나선 것으로, 양사는 렌비마의 조성물 특허에 이어 용도 특허와 관련해서도 2차전을 치르게 됐다.
혈관내피세포 증식인자 수용체(VEGFR), 섬유모세포 성장인자 수용체(FGFR), 종양 유전자 KIT, 혈소판 유도 성장인자 수용체(PDGFR)와 같은 일부 분자의 활성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경구 투여 분자 표적항암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출시됐으며, 갑상선암, 간세포성암, 자궁내막암, 신세포암 등 4개 질환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갑상선암과 간세포성암은 1차 단일치료 요법으로, 자궁내막암과 신세포암은 '키트루다'와 병용 2차와 1차 치료제로 각각 승인받았다.
보령이 이번에 특허심판원으로부터 무효 인용 심결을 받아낸 '갑상선암에 대한 항종양제' 특허는 '렌비마'의 4개 질환 적응증 중 갑상선암 치료 적응증에 관한 것이다. 보령은 지난 2022년 11월 심판을 청구해 2년 4개월 만에 청구성립 심결을 받아냈다.
에자이는 보령이 개발한 제네릭이 '렌비마'의 용도 특허 권리 보호 범위에 속한다는 사실을 인정받기 위해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며 방어에 나섰으나, 지난달 19일 심판을 돌연 취하했다.
특허심판원이 용도 특허의 무효를 인정한 만큼, 해당 특허를 기반으로 청구한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이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령이 심판을 청구한 렌비마 관련 특허는 조성물 특허(2035년 8월 26일 만료), 제제 특허(2031년 3월 19일 만료), 결정형 특허(2028년 6월 7일 만료), 용도 특허 등 총 4개다. 이 중 제제 특허, 결정형 특허에 대해서는 이미 특허심판원으로부터 특허 회피 심결을, 조성물 특허에 대해서는 무효 인용 심결을 받았다. 제제 특허와 결정형 특허는 에자이가 항소하지 않아 청구성립 심결이 그대로 확정됐고, 조성물 특허는 에자이가 항소해 현재 특허법원에서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에자이의 이번 용도 특허 무효 심결에 대한 항소심 제기는 렌비마 제네릭 출시 준비에 박차를 가하던 보령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보령은 올해 2월 렌비마 제네릭인 '렌바닙'에 대한 품목허가도 획득한 상태다. 렌바닙은 4mg과 10mg 용량으로 구성된 렌비마와 달리 12mg 용량이 하나 더 추가된 것이 특징이다. 1일 복용량이 12mg인 몸무게 60kg 이상 간세포성암 환자와 24mg인 갑상선암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개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중 렌바닙 4mg은 지난달 건강보험 급여목록에도 등재됐다. 보험약가는 2만 6765원으로, 렌비마 4mg 2만 9739원의 90% 수준이다. 렌바닙 4mg 출시 준비를 사실상 마친 것인데, 올 하반기 제품 출시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에자이가 렌비마 조성물 특허에 이어 용도 특허에 대해서도 항소 절차에 나서면서 렌바닙 출시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던 보령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에자이는 보령이 제기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에 대한 항소는 포기하고 무효 심판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다른 국내 제약사들의 렌비마 제네릭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특허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렌비마 용도 특허 무효 심결에 대한 항소심 돌입으로 양사의 분쟁은 장기전이 불가피해졌다"며 "특허 위험부담이 더 커진 상황에서 보령이 제네릭 조기 출시를 강행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