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최근 유전성 희귀 질환인 뒤센근이영양증(DMD) 치료제가 미국에서 잇따라 허가를 받으면서 국산 DMD 치료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뒤센근이영양증은 X 염색체의 p21 유전자 결손으로 디스트로핀 유전자의 엑손(exon)이 제거되고 유전자 중 일부가 사라지면서 디스트로핀 단백질이 합성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근육발달이 저하되며 근육세포의 괴사가 일어나는 유전성 희귀 질환이다.
이 질환은 특이하게 남성에게만 발병한다. 증세는 2~6세 사이에 나타나는데, 질병이 진행됨에 따라 근육세포가 빠르게 줄어들어 심장근, 호흡근의 기능 저하로 20세 이전에 사망한다.
오랜기간 DMD에 대한 치료제로는 스테로이드성 약물인 '엠플라자'(Emflaza, 성분명: 데프라자코르트·deflazacort)를 사용했다. 하지만, 메스꺼움, 부종, 체중 증가, 여드름, 체모 증가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신약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이에 따라 2016년을 기점으로 비스테로이드성 혹은 기존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을 줄인 DMD 신약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국 사렙타 테라퓨틱스의 ▲'엑손디스 51'(Exondys 51, 성분명: 에테플러센·eteplirsen)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DMD를 완치할 수 있는 유전자 치료제도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3년 6월, 사렙타 테라퓨틱스의 '엘레비디스'(Elevidys, 성분명: 델란디스트로겐 목세파보벡·delandistrogene moxeparvovec)를 DMD 유전자 치료제로 조건부 허가했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아직까지 국내 허가 DMD 치료제는 전무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DMD 치료제는 없다. 질병의 특성상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국내 DMD 환자는 2000여 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의료인의 재량에 따라 스테로이드성 약물이나 근육모세모를 이식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안전하고 효능이 우수한 DMD 혁신 신약(First in class)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모아라이프플러스의 'BLS-M22' ▲이엔셀의 'EN001' ▲온코크로스의 'OC514'가 가장 앞서 있는 약물이다.
▲모아라이프플러스(코스닥)의 'BLS-M22'는 이 회사의 뮤코맥스(MucoMax)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된 경구제로, 마이크로바이옴 표면에 근육 생성저해물질인 마이오스타틴을 표적하여 근육 기능을 개선시키도록 하는 기전이다. 미국 FDA와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7년과 2019년 'BLS-M22'를 DMD 희귀의약품 지정한 바 있다.
모아라이프플러스는 2018년 11월, 'BLS-M22'에 대한 국내 임상1상시험계획(IND)을 승인 받으면서 본격적인 치료제 개발에 돌입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1상에서 중대한 이상반응이 없었으며, 반복 투여시 설정된 최고 농도에서 용량제한 독성이 나타나지 않는 결과를 얻어 안전성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아라이프플러스는 'BLS-M22'의 기술수출을 통한 해외 시장 진출 또한 모색하고 있다. 이 회사는 4월 30일 미국 엘레바이랩스와 근육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BLS-M22'의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엘레바이랩스는 한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BLS-M22'의 개발 및 상용화에 대한 독점권을 가진다. 모아라이프는 선급금·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등 최대 1억 3000만 달러(한화 약 1800억원)의 성과금을 수취할 수 있다.
▲이엔셀의 'EN001'는 이엔셀이 자체 배양 기술을 활용하여 개발한 동종탯줄유래중간엽 줄기세포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동종탯줄유래중간엽은 탯줄, 골수, 지방 등의 조직에서 얻어진 성체 줄기세포의 일종으로, 다양한 형태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신경 수초와 근육 재생을 유도하는 기전이다.
이엔셀은 지난 2023년 6월, 식약처로부터 'EN001'의 DMD 임상1/2상시험계획(IND)을 승인 받은 바 있다. 시험은 DMD 환자 88명을 대상으로 'EN001'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으로, 예상 종료 시점은 2029년 2월이다.
회사 측이 발표한 중간 결과에서 'EN001'은 양호한 내약성과 안전성을 보였다. DMD 환자 6명에게 'EN001'을 투여한 결과, 환자 모두에서 용량제한독성(DLT)이 나타나지 않았다. 중대한 이상사례 또한 보고되지 않았다.
▲온코크로스의 'OC514'는 AI 신약 개발 플랫폼 기술을 이용해 발굴한 것으로, 두 가지 활성 성분으로 구성된 복합제다. 골격근량과 근력 손실을 예방하거나 감소시켜 DMD를 치료하는 기전이다. 이 약물의 국내 판권은 한국파마에 이전됐다.
온코크로스는 지난 2022년 2월, 호주 식품의약품안정청(TGA)으로부터 'OC514'의 1상 IND을 승인 받았고, 2023년 3월 시험을 종료했다. 이 회사는 'OC514'의 글로벌 임상2상을 추진하는 동시에 기술이전 또한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는 약물은 하나같이 유전자치료제가 아니어서 완치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뒤센근이영양증의 완치를 위해서는 해외개발 유전자치료제가 하루빨리 국내에 들어와야 하는데, 들어와도 환자 접근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약물의 1회 투약비용(완치개념)은 우리돈으로 40억 원이 넘는다.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