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치료로 식사량이 줄어들 때는 단백질 등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근력운동을 병행해 근육을 지키는 관리가 필요하다. [AI 생성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비만약을 쓰면 적게 먹어도 배가 부르다. 식사량이 줄고 체중계 숫자가 내려가면 치료가 잘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먹는 양이 줄어들면 단백질과 비타민 등 몸에 필요한 영양소는 어떻게 보충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체중을 빼면서 근육을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는 지난 9월 GLP-1 계열 비만약 사용자를 대상으로 단백질 보충이 근육량과 신체 기능을 지키는지 평가하는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체중 감량 중 영양 섭취와 근육 보존 문제를 직접 검증하려는 연구다.
약물치료로 식사량이 줄면서 영양소 섭취와 근육량도 함께 감소하는 현상은 앞선 연구에서도 관찰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와 노운웰 클리닉(Knownwell Clinic) 연구진이 지난 6월 국제학술지 '오비시티 필러스(Obesity Pillars)'에 발표한 'CRAVE 연구'다.
연구진은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또는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 치료를 시작한 비만 성인을 24주간 관찰했다. 최종 분석 대상은 28명이었다. 참여자들은 별도의 체계적인 영양 중재를 받지 않았으며, 연구진은 식사 기록과 식사의 질 평가, 체성분 검사 등을 통해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체중과 체지방이 줄어드는 동안 생체전기저항법으로 추정한 골격근량도 감소했다. 연구진은 감량한 체중 가운데 약 4분의 1이 추정 골격근량 감소에 해당한다고 보고했다.
총열량 섭취가 줄면서 주요 영양소와 여러 미량영양소의 섭취량도 함께 감소했다. 식사의 질을 평가한 점수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은 없었다. 적게 먹는 것과 균형 있게 먹는 것 사이에 간격이 있었던 셈이다.
하루 단백질 섭취량이 많은 참여자일수록 추정 골격근량을 더 잘 유지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연구진은 분석 대상이 적고 중도 탈락자가 발생한 이번 결과를 탐색적 연구로 설명했다. 이 연구는 평소 식사와 체성분 변화를 관찰한 것으로, 특정 보충제의 근육 보존 효과를 시험한 연구와는 구분된다.
단백질 보충 효과, 근육량·걷기·악력으로 평가
이번 UCLA 연구는 단백질을 보충했을 때 실제로 근육과 신체 기능을 얼마나 유지하는지 비교한다.
최근 GLP-1 계열 약물치료를 시작해 체중이 줄고 있는 성인 75명을 모집해 일반 관리군, 단백질 보충·위약 캡슐군, 단백질 보충·혼합 향신료 캡슐군으로 무작위 배정하는 설계다.
연구진은 6개월 동안 각 군의 근육량과 근육 기능 변화를 살필 예정이다. 체성분 측정에 더해 걷기와 계단 오르기, 악력 검사를 진행한다. 체중이 얼마나 줄었는지뿐 아니라 감량 과정에서 몸을 움직이는 힘을 얼마나 지켰는지 확인한다.
식사량과 신체활동, 피로, 삶의 질 등도 평가한다. 현재 참가자를 모집 중이며, 전체 연구 종료 예정 시점은 2028년 9월이다.
영양 보충은 개인별로…단백질과 근력운동 함께
학계는 약물치료를 시작할 때부터 식사와 신체 기능을 함께 관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미국생활습관의학회(ACLM), 미국영양학회(ASN), 미국비만의학협회(OMA), 미국비만학회(TOS)는 지난해 공동 권고문을 통해 GLP-1 약물치료 전후의 영양 평가와 생활습관 관리를 강조했다.
치료 초기에는 평소 식사와 근력, 신체 기능, 체성분을 평가하고, 치료 중에도 식사량과 수분 섭취 등을 반복해서 점검하도록 했다. 식욕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하도록 개인별 식사를 구성하고, 부족 위험이 있는 영양소를 선별해 보충하는 방식이다.
비타민 D와 칼슘, 비타민 B12, 종합비타민·미네랄 등의 보충도 개인의 필요에 맞춰 검토하도록 했다. 단백질은 음식과 보충제를 포함한 전체 섭취량을 살펴야 한다.
공동 권고문은 특히 체계적인 근력운동 없이 단백질 섭취량만 늘리면 근육 보존에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적절한 식사와 저항성 운동을 병행해 감량 과정에서 근육과 뼈를 지키라는 취지다.
비만약 치료 중에는 줄어든 체중과 함께 무엇을 얼마나 먹고 있는지, 근육과 신체 기능을 얼마나 유지하고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영양 보충 역시 이런 평가를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