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암은 글로벌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나라에 따라서는 사망 원인 1위인 곳도 있다.
암은 우리 몸의 세포가 통제 없이 성장 및 증식하면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이 세포들은 주변 조직을 침범하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되어 생명을 위협한다. 가장 흔한 유형의 암은 2022년 국제암연구소(IARC) 보고서 기준 폐암,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위암이다.
그런데 유독 암이 잘 생기지 않는 신체 부위가 있다. 눈, 코, 귀 같은 감각기관이다. 특히 비강암 같은 코암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눈암이나 귀암은 들어보질 못했다.
그 이유는 바로 감각기관들의 조직 구조 특징 때문이다.
암 발생 원인은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생활습관 등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세포가 손상된 DNA를 가진 상태에서도 사멸하지 않고 계속 분열 및 증식할 때 발생한다.
이처럼 세포가 활발히 분열하고 증식하는 폐, 유방, 대장, 전립선, 위 등의 조직들은 호르몬, 음식, 독성물질과 같은 다양한 외부 자극에 자주 노출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해당 조직의 세포들은 외부 자극으로 인한 손상에 대처하고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활발히 분열 및 증식하게 되고, 이에 따라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반면 감각기관은 단순히 외부 자극을 받는 수준이 아니라 외부 환경과 직접 맞닿아 있다. 이 때문에 해당 조직의 세포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구조와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고 세포 분열 및 증식을 최소화한다.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리적, 화학적 보호막을 강화하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가령 눈은 눈물로, 코는 콧물로, 귀는 귀지로 외부 위험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한다. 이 덕분에 세포는 활발히 분열 및 증식할 필요가 없고, 결과적으로 암 발생도 드문 편이다.
다만 감각기관 중 입은 예외다. 입은 암 발생률이 높은 편으로, 구강암이 대표적이다.
입은 음식, 음료, 담배, 알코올 등 다양한 외부 자극에 끊임없이 노출되면서 눈, 코, 귀처럼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기보다 이러한 자극에 우선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세포 손상이 잦고, 이를 복구하기 위한 세포 분열과 증식이 활발해져 구강암을 비롯한 암 발생률도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물론 눈, 코, 귀도 입과 같은 환경에 장기간 노출된다면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미국 한퍼드 환경보건재단(Hanford Environmental Health Foundation)의 클리프턴 H. 스트레이더(Clifton H. Strader) 박사팀이 1988년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비강 분무제 사용량이 많을 수록 비강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