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전 축구 대표팀 감독 선임을 주도했던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캄보디아 프로축구 나가월드 테크니컬 디렉터로 부임했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Asports뉴스] 이진경 기자 =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후폭풍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홍명보 전 감독이 물러났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사임한 가운데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의 핵심 인물로 꼽힌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 총괄이사는 캄보디아 프로축구 나가월드FC 테크니컬 디렉터로 부임했다.
나가월드FC는 6일 공식 채널에서 이 전 이사의 선임을 발표했다. 구단 측은 그의 아시아축구연맹(AFC) 프로 코치 강사 이력 등을 대대적으로 치켜세우며 환영했다.
그러나 국내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 전 이사는 2024년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 사임 뒤 대표팀 감독 선임 실무를 이어받았다. 이후 홍명보 감독 선임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당시 홍 감독에게 고액 연봉을 보장한 결정, 한국인 감독 대우론, 비대칭 스리백 전술 평가 등을 앞세워 선임 정당성을 설명했다.
문제는 절차 논란이었다. 홍 감독 선임 과정은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서도 거센 질타를 받았다.
이 전 이사는 당시 사퇴 의사를 밝히며 눈물을 보였지만, 논란의 실체와 책임 범위는 충분히 정리되지 못했다.
면담 과정과 관련한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최영일 부회장 동행 여부를 둘러싼 설명이 뒤늦게 문제가 됐고, 위증 혐의 고발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사진=KFA 홈페이지
한국축구 팬들이 이 전 이사의 캄보디아행을 불편하게 보는 이유다. 새 직무를 맡는 것은 개인의 선택일 수 있으나 책임 설명 없는 해외 부임은 회피성 행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표팀 실패 후 홍명보 전 감독도 물러났다. 한국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월드컵 32강 확대 체제 속에서도 최종 34위에 머물렀다. 결과만큼 충격적인 것은 사후 대응이었다.
홍 전 감독은 멕시코 베이스캠프에서 짧은 입장만 남긴 채 사퇴했다. 구체적인 경기 분석, 선수단 운영 복기, 전술 실패 원인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 귀국 뒤에도 비판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정몽규 회장도 13년 5개월여 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정 회장은 입장문에서 한국축구 발전과 영광을 위해 달렸다고 밝혔다. 모든 부족함과 과오는 자신의 책임이라고 했지만, 책임의 구체적 내용과 후속 조치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았다.
한국축구의 핵심 리더 세 명이 거의 같은 시기에 현 위치에서 물러났거나 다른 무대로 이동했다.
그러나 팬들이 원한 것은 직함 변화만이 아니었다. 왜 그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누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 실패를 어떻게 고칠 것인지에 대한 답이었다.
이임생 전 이사의 나가월드FC행은 단일 인사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 한국축구는 감독 선임 절차, 대표팀 운영, 협회 의사결정 구조를 둘러싸고 이미 깊은 불신을 안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핵심 실무자가 한국 내 설명 없이 해외 구단 직책을 맡았다.
협회가 새 지도자를 찾고 조직 개편을 추진하더라도 책임 규명이 빠지면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다. 감독 선임 실패는 한 사람의 취향 문제가 아니다.
전력강화 구조, 보고 체계, 의사결정 권한, 검증 과정이 모두 연결된 결과다.
이 전 이사가 홍명보 감독 선임의 실무 책임자였다면, 적어도 선임 과정과 실패 뒤 평가에 대한 공개적 설명은 필요했다.
홍 전 감독의 사퇴, 정 회장의 퇴진, 이 전 이사의 해외 부임이 각각 따로 움직이는 순간 한국축구의 책임 구조는 더 흐려진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사진=KFA 홈페이지
한국축구는 이제 새 회장 선거, 차기 감독 선임, 협회 정상화 과제를 안고 있다. 문체부 주도의 K-축구 혁신위원회도 가동됐다. 박지성, 이영표, 박주호 등 축구인들이 참여하며 변화 요구는 더 커졌다.
그러나 쇄신은 구호로 완성되지 않는다. 홍명보 감독 선임 당시 회의 자료, 후보 평가 기준, 면접 내용, 최종 결정 과정, 외부 압력 여부, 책임 라인을 정리해야 한다.
실패한 결정이 어떤 구조에서 나왔는지 남겨야 다음 선임이 달라진다.
한국축구가 무너진 뒤 책임자들은 각자 흩어졌다. 감독은 사퇴했고, 회장은 물러났으며, 선임 실무자는 해외 구단 직책을 맡았다.
은 일은 대한축구협회의 몫이다. 책임을 기록하고, 과정을 공개하며, 같은 실패가 반복되지 않을 장치를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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