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사진=KFA
[Asports뉴스] 이진경 기자 = 일본 매체의 평가가 거칠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감정적으로 받아칠 문제만은 아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미 외부 시선에서도 불안한 팀으로 분류되고 있다.
일본 풋볼 채널은 한국이 통산 12번째이자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뤘다고 소개했다. 동시에 2022 카타르 월드컵 이후 성장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의 실패, 홍명보 감독 부임 이후에도 확실한 반등을 만들지 못한 흐름을 함께 짚었다.
불편한 평가는 성적에서 출발한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브라질에 0-5로 크게 졌다. 올해 3월 코트디부아르와 오스트리아를 상대로도 패했다. 월드컵 본선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강팀 또는 피지컬이 강한 팀을 상대로 결과와 내용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다. 일본 매체가 한국 언론의 불안감까지 언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홍명보 감독을 향한 시선도 차갑다. 매체는 홍 감독을 J리그 경험을 가진 한국의 레전드로 소개하면서도,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은 뒤 스리백을 시도하고 있지만 전술 완성도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브라질전과 3월 A매치 2경기 패배가 해당 평가의 근거로 제시됐다.
문제는 스리백 자체가 아니다. 월드컵 본선에서 어느 팀이든 수비 안정은 필요하다. 다만 스리백을 쓰면서 공격 전개가 느려지고, 전방 연결이 끊기고, 손흥민에게 마지막 해결을 맡기는 장면이 반복된다면 전술 선택은 방패가 아니라 족쇄가 된다.
일본 매체도 손흥민(34·LAFC), 김민재(30·바이에른 뮌헨), 이강인(25·파리 생제르맹)의 가치는 인정했다. 손흥민의 결정력, 김민재의 스피드와 대인 수비, 이강인의 왼발 패스는 여전히 한국 대표팀의 가장 큰 무기다. 개인 역량만 보면 A조 어느 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월드컵은 스타 몇 명의 이름값으로 통과하는 무대가 아니다. 손흥민이 한 번의 찬스를 살릴 수 있는 선수라는 평가와 한국이 손흥민에게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우려는 동시에 존재한다. 김민재가 세계적 센터백이라는 사실과 최근 실점으로 이어진 실수가 비판 대상이 됐다는 사실도 같이 봐야 한다. 이강인이 찬스를 만드는 선수라는 장점도 주변 선수의 움직임과 마무리가 따라오지 않으면 효과가 줄어든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1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빈의 에른스트 하펠 경기장에서 열린 오스트리아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0-1로 졌다. /사진=KFA 홈페이지
조편성은 분명 나쁘지 않다. 한국은 체코,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A조에 묶였다. 일본 매체도 강호들이 몰린 조는 아니며 32강 진출이 유력하다고 봤다. 다만 이 표현은 칭찬이라기보다 조건부 평가에 가깝다. 조가 좋으니 올라가야 한다는 뜻이다. 실패하면 변명의 폭도 좁아진다.
개최국 멕시코는 홈 이점을 가진다. 체코는 유럽식 힘과 조직력을 갖춘 상대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피지컬과 전환 속도를 앞세울 수 있다. 이름값만 놓고 안심할 상대는 없다. 특히 한국이 최근 강한 압박과 빠른 전환에 흔들린 장면을 고려하면, 32강 유력이라는 전망은 안전장치가 될 수 없다.
일본 매체의 비판에서 한국 축구가 가장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말은 ‘성장이 보이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라이벌의 평가라서 불쾌할 수 있다. 하지만 월드컵을 앞둔 대표팀이 팬들에게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결국 답은 본선에서 나와야 한다. 평가전의 말, 조편성의 계산, 해외 매체의 전망은 모두 경기 시작 전 이야기다. 체코와의 첫 경기에서 한국이 어떤 압박 강도, 어떤 공격 루트, 어떤 경기 운영을 보여주는지가 홍명보호의 평판을 바꿀 첫 장면이 된다.
홍명보호는 이제 “우리는 강하다”고 말할 시간이 아니다. 왜 32강에 갈 수 있는 팀인지, 왜 손흥민·김민재·이강인만의 팀이 아닌지, 왜 스리백이 현실적 선택인지 경기로 보여줘야 한다. 일본 매체의 냉정한 평가는 본선 전 한국 축구가 받아든 경고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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