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복지신문=박우열 기자] 장애인 거주시설 종사자의 성폭력 범죄가 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관리·감독 주체인 안성시는 시설 폐쇄 등 행정 조치를 미루고 있어 ‘안일 대응’ 비판이 커지고 있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1부(재판장 신정일)는 지난 1월 7일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 피보호자 강간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했으나 지난 9일 기각됐으며, 현재 상고한 상태다.
A씨는 안성시 고삼면 소재 지적장애인 거주시설 ‘B마을’에서 근무하며 지난 2022년 30대 여성 장애인을 상대로 총 4차례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1·2심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됐지만 해당 시설은 현재까지 정상 운영 중이다. 장애인복지법은 시설 종사자가 이용자를 대상으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를 경우 1차 위반만으로도 시설 폐쇄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안성시는 별다른 행정 처분 없이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안성시는 유죄 판결 이후인 지난 2월 해당 시설에 적은 액수이긴 하지만 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 사업비를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폐쇄 대상이 될 수 있는 시설에 공적 재원을 투입한 셈으로, 행정 판단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곡 박민서 변호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안성시는 수사 과정에서도 사건을 인지하지 못했고, 1심 판결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관리·감독 부실로 유사한 인권 침해가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법령상 폐쇄 시점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더라도 지자체는 수사 단계부터 행정 처분에 나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타 지자체와 비교해도 안성시의 대응은 늦다는 평가다. 인천 강화군의 경우 장애인 시설에서 유사 사건이 발생해 경찰 송치가 이뤄지자 즉각 시설 폐쇄 절차에 착수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안성시 내부 대응 체계의 허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시청 공무원봉사대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해당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지속했으며, 지난 2월에는 김보라 안성시장도 봉사 현장에 함께해 만두를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사건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며 관리 체계의 미비를 사실상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지자체의 장애인시설 관리·감독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성폭력 등 중대 인권침해 발생 시 즉각적인 시설 분리 및 운영 중단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긴급 조사위원회 구성 △피해자 보호를 위한 별도 거주 및 심리 지원 체계 구축 △시설 종사자에 대한 상시 인권교육 및 범죄 이력 점검 강화 등이 시급한 과제로 제시된다.
또한 수사기관과 지자체 간 사건 공유 체계를 의무화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범죄가 발생할 경우 자동으로 행정 처분 절차가 개시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필요성도 제기된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시설에서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지자체가 적시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안성시가 늑장 대응 논란을 넘어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과 책임 있는 행정 조치를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