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신체·인지 한계 극복...'뇌에 칩 연결' 기술 개발 추진. 사진은 CES 개막일인 1월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한국 로봇 업체 테솔로 관계자가 장갑 움직임을 따라 똑같이 반응하는 로봇 팔을 시연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소비자경제] 이동윤 기자 = 생각만으로 로봇을 움직이고 컴퓨터를 제어하는 시대가 더 이상 공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면서, 대한민국이 '뇌 미래산업'이라는 거대한 기술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 섰다.
정부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중심으로 한 '뇌 미래산업'을 국가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중장기 연구개발(R&D) 전략을 본격화한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AI·의료·반도체를 융합한 차세대 산업 주도권 확보에 나선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44차 생명공학종합정책심의회를 개최하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뇌 미래산업 국가 R&D 전략'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략은 BCI를 포함한 뇌 산업 전반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임상·상용화까지 연계한 전주기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뇌 미래산업 국가R&D전략' 추진 방향. (과기정통부 제공)BCI는 사람의 뇌 신호를 해석해 기기를 제어하는 기술로, 의료·헬스케어는 물론 로봇, 방위,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뇌에 칩을 이식해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제어하는 기술이 상용화 초기 단계에 진입하면서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의 뉴럴링크는 척수 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성과를 확보하고 대규모 임상에 착수했으며, 중국은 침습형 BCI 의료기기 시판을 승인하며 상용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술 선점 여부가 향후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흐름에 대응해 '퍼스트 무버' 전략을 추진한다. 내년부터 K-문샷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7대 국민체감 임무중심 프로젝트'를 착수해 신체 기능 회복, 뇌질환 치료, 감각 복원 등 실질적 성과 창출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침습형 BCI는 척수손상, 시각장애 등 난치 질환 중심으로 임상 데이터를 축적하고, 비침습형 BCI는 웨어러블 기기를 기반으로 조기 상용화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의료 분야뿐 아니라 소비자 시장과 산업용 시장까지 확장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R&D 추진체계도 개편된다. 전담 프로젝트 매니저(PM)를 중심으로 산학연병 협력 구조를 구축하고, 기술 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연계 지원을 강화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의 규제 협력체계를 통해 임상 절차를 효율화하는 한편, 연구기관·스타트업·기업이 참여하는 'BCI 얼라이언스'도 구성할 예정이다.
핵심 요소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도 확대된다. 뇌 이식 전극 소재, 뇌신경망 특화 반도체, 뇌신호 디코딩 기술 등에서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해 기술 자립도를 높인다는 목표다.
국민체감 7대 BCI 프로젝트. (과기정통부 제공)뇌 산업은 제약·바이오 산업과의 연계 효과도 크다. 정부는 혈액뇌장벽(BBB) 투과 기술, 뇌신경계 역노화, 뇌 오가노이드 등 플랫폼 기술 투자를 강화해 신약 개발 성공률을 높이고 글로벌 제약사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치매, 자폐, 우울증 등 주요 질환에 대한 기초연구와 임상 지원도 지속 확대된다.
지역 기반 산업 생태계 조성도 병행된다. 대구는 한국뇌연구원을 중심으로 뇌 연구 인프라를 집적하고, 오송-대전 권역은 KAIST와 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 클러스터를 연계해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구축한다.
데이터 확보 전략도 포함됐다. 정부는 인지·감각·운동 관련 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특화 AI 모델을 개발하고, 장기적으로 인간 뇌의 디지털 트윈 구현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뇌 지도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해 대규모 데이터 인프라를 확보할 계획이다.
배경훈 부총리는 "향후 인간과 AI 간 인터페이스가 기존 디바이스를 넘어 뇌 직접 연결 방식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BCI 분야에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미래 기술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npce@dailycn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