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지역 부동산 개발사업을 둘러싼 30억원대 뇌물 사건이 10명의 기소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31일 안성시에서 추진된 5건의 개발사업과 관련해 약 5년간 거액의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안성시 4급 공무원과 공범, 민간 개발업자 등 10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 가운데 5명은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개인 비리가 아니라 공직자의 공적 권한과 민간 개발이익이 결합한 구조적 부패로 규정했다. 허위 용역계약과 세금계산서를 이용한 자금세탁, 고급 외제차량 렌탈비와 가족회사로의 자금 이동, 휴대전화 교체와 차명전화 사용 등 증거인멸 정황까지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통화 녹음파일만 약 4만3000개에 달하고, 검찰은 인공지능 분석과 계좌추적, 회계분석 등을 통해 뇌물의 전달 경로와 범죄수익 은닉 과정을 추적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정말 여기까지가 전부인가?”
현재 안성지역에서는 검찰수사가 고위 공무원과 민간업자 선에서 사실상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며, 수사가 이른바 ‘윗선’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민간인의 1인 시위도 진행되고 있다.
물론 수사기관은 확인된 증거와 법리에 따라 수사할 수밖에 없다. 특정인을 지목해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하거나, 기소된 피고인들의 유죄를 전제로 말해서도 안 된다. 최종적인 유·무죄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윗선 수사가 없었다’는 시민사회의 의문 자체를 가볍게 취급해서도 안 된다. 검찰이 5건의 개발사업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했고, 수년 동안 30억원이라는 거액이 오간 구조를 확인했다면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돈을 받은 사람과 건넨 사람만이 아니다.
그 돈이 오간 결과 실제 행정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누가 개발사업의 방향과 인허가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조직 내부에서 이를 알고도 묵인하거나 방조한 사람은 없었는지, 민간업자와 공직자 사이에 또 다른 연결고리는 없었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그것이 구조적 부패를 밝히는 수사의 완결성이다.
이번 사건이 특정 공무원 몇 명의 일탈과 민간업자의 뇌물공여 사건으로만 정리된다면 자칫 ‘꼬리 자르기’ 수사라는 시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개발사업은 개인 한 사람의 판단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인허가와 도시계획, 각종 심의와 협의, 내부 보고와 결재 등 복잡한 행정 절차가 뒤따른다. 그렇다면 반드시 물어야 한다. 30억원이 오가는 동안 안성시의 행정 감시망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안성시는 검찰수사를 개인 비위 사건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해당 공무원이 관여한 5건의 개발사업을 대상으로 행정 처리 과정 전반을 점검하고, 인허가 과정에서 부당한 특혜나 편의가 있었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와 감사기관이 참여하는 독립적인 점검도 검토해야 한다. 공직자와 민간 개발업자의 사적 접촉, 이해충돌 여부, 외부 용역과 자문계약의 적정성, 개발사업 관련 내부 의사결정 과정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특히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안성시장의 공식적인 입장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돈을 받은 공무원의 문제가 아니다. 공직사회에 대한 시민의 신뢰, 개발행정의 공정성, 그리고 안성이라는 도시의 행정 시스템 전체가 시험대에 오른 사건이다. 검찰 역시 기소로 수사의 문을 닫을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범죄와 공범 관계, 자금의 최종 귀착지, 행정상 실제 특혜 여부에 대해 합리적인 의문이 남지 않도록 공소 유지와 후속 수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30억원이라는 숫자는 결코 가벼운 숫자가 아니다. 그 돈이 오랫동안 오갈 수 있었던 구조가 무엇이었는지를 밝혀내지 못한다면, 사람은 바뀌어도 구조는 남는다.
안성시 또한 이번 사건을 ‘남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행정의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개발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누군가를 더 처벌하라는 구호가 아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무엇을 바꿀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요구하고 있다.
안성시는 침묵해서는 안 된다. 검찰은 남은 의혹을 살펴야 하고, 안성시는 행정 내부의 책임과 구조적 허점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그것이 이번 사건을 또 하나의 지역 토착비리 사건으로 묻어버리지 않고, 안성의 행정과 공직사회를 근본적으로 바로 세우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