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정부가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를 낮추고 혁신신약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약가제도를 개편했다. 8월 1일부터 제네릭 기본 약가 산정률을 오리지널 대비 53.55%에서 45%로 낮추고 후발 제네릭에 대한 계단식 약가 인하는 강화했다.
실제 요건은 이 보다 더 엄격하다. 자사가 직접 생동성 시험을 수행하고 식약처 등록 원료의약품(DMF)을 사용해야 그나마 오리지널 의약품 최고가의 45%를 상한가로 받을 수 있다. 1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36%, 2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29%로 깍인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쓰고 제약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제약업계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정책을 밀어붙였다.
수입약 전문기업까지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정한 정부다.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 이 회사는 자사의 복제약 품목에 대해 60%의 약가우대까지 받게 생겼다. 주력 사업은 의약품 수입·판매업이지만, 혁식형 제약사라는 이유로 제네릭까지 보호를 받는 이상한 구조다.
이런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는 대다수 제약사들은 정부에 대한 원망이 크다. 과연 이런 접근법으로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제네릭 판매를 통해 연구개발 재원을 마련해온 중소·중견 제약사의 수익 기반이 먼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신약은커녕, 제네릭 산업의 기반마저 붕괴될 수 있다.
제네릭은 단순히 복제약 산업 보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에게 저렴한 치료제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의약품 산업의 핵심 기반이다. 선진 각국이 제네릭 사용을 적극 장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량신약을 비롯 값싼 제네릭 사용을 늘리면 환자의 약제비 부담을 낮추고 의료보험 재정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3년 독일·영국·네덜란드·캐나다, 뉴질랜드, 라트비아 등 여러 나라에서 전체 의약품 판매량의 4분의 3 이상을 제네릭이 차지했다. 독일의 경우 제네릭 비중이 판매량 기준 84%에 달해 OECD 평균 56%를 크게 웃돌았다.
미국은 더 적극적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미국에서 조제되는 처방의약품 10건 가운데 9건이 제네릭이다. FDA는 제네릭 공급 확대가 시장 경쟁을 촉진해 약값을 낮추고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인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하나의 제네릭 경쟁제품이 등장하면 가격이 약 30% 낮아질 수 있고, 5개 제품이 경쟁할 경우 가격이 약 85%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FDA의 분석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29년도 말까지 모든 도도부현에서 제네릭의 수량 비중을 80% 이상으로 유지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2025년 9월 기준 실제 제네릭 수량 비중은 이미 88.8%에 달한다. 중요한 것은 일본이 제네릭 정책의 전제조건으로 '안정공급'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네릭 사용을 늘리는 것과 공급 기반을 지키는 일을 함께 하겠다는 의미다.
이처럼 제네릭은 의료비 절감 수단인 동시에 의약품 접근성과 공급 안정성을 떠받치는 중요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약가를 계속 낮춰 국내에서 생산할수록 채산성이 떨어지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기업에 혁신신약 개발을 주문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제네릭 사업의 수익성이 지나치게 악화되면 기업은 생산을 줄이거나 채산성이 낮은 품목부터 정리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세계적인 의약품 공급 부족 사태를 거치면서 각국이 얻은 교훈은 공급망의 중요성이었다. 가격만 낮다고 안정적인 공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원료와 완제의약품 생산을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국제정세나 물류 차질, 현지 생산중단 하나만으로도 국내 환자들이 필요한 약을 제때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혁신신약을 육성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국내 제약산업이 꾸준히 도약하려면 연구개발 투자와 혁신신약 개발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혁신신약과 제네릭을 서로 대립하는 산업으로 보는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
신약을 개발하는 산업도 필요하고, 특허가 끝난 의약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산업도 필요하다. 하나를 살리기 위해 다른 하나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것은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제네릭 가격을 일률적으로 낮춰 산업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품질과 공급 안정성, 국내 생산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합리적인 가격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동시에 실제로 혁신신약 개발에 투자하고 성과를 내는 기업에는 그에 걸맞은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제네릭 약값을 내린다고 혁신신약이 저절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못된 약가정책은 혁신도 얻지 못하고 값싼 의약품의 국내 공급기반마저 잃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OECD는 "제네릭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를 의약품 지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지만, 많은 국가가 그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 싼 약이 아니라 필요할 때 언제든 구할 수 있는 좋은 약이다. 제네릭 정책도 이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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