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혁신 신약은 의학의 진보다. 기존 치료법으로는 생명을 구하기 어려웠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의 길을 열어주고, 절망의 끝에 선 환자들에게 다시 살아갈 희망의 빛이 되어준다. 환자라면 누구나 혁신 신약의 치료 혜택을 하루빨리 받고 싶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혁신 신약의 가치와 건강보험 급여 결정 과정은 별개의 문제다. 아무리 뛰어난 치료제라 하더라도 건강보험 재정이라는 공공의 자원을 사용하는 만큼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 비용 대비 효과, 재정 지속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혁신 신약의 보험급여를 요구하는 과정에서는 환자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희귀질환과 중증질환 환자들이 국회를 찾아 치료 기회를 호소하고, 환자단체가 기자회견이나 서명운동을 벌이며, 정치권이 이에 호응하는 모습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언론 역시 환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집중 조명하며 신속한 급여 적용을 촉구하는 보도를 이어간다.
이러한 모습은 모두 환자의 절박함에서 비롯된다. 치료를 기다리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시간은 곧 생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절박함이, 그 호소가 특정 기업의 급여 전략과 맞물리는 순간 문제는 달라진다. 혁신 신약의 본래 가치는 의심을 받게 되고 보험급여의 투명성도 생력을 잃게 된다. 어떠한 경우에도 환자의 생존권이 특정 기업의 협상 카드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제약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신약을 개발한 기업이 적정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 역시 시장경제의 원리에 부합한다. 그러나 기업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혁신성만큼이나 사회적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만을 이유로 혁신 치료제의 접근성을 과도하게 늦춰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신약 급여 등재 과정은 '예측 가능성이 낮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지적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정부와 건강보험 당국은 객관적이고 신속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환자들이 불필요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혁신 신약의 보험급여는 기업과 정부의 힘겨루기가 아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환자가 있어야 한다. 기업은 책임 있는 가격 정책과 성실한 협상으로 사회적 신뢰를 쌓아야 하고, 정부는 신속하면서도 공정한 평가체계를 통해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환자단체는 환자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되, 어떠한 이해관계에도 휘둘리지 않는 독립성과 투명성을 지켜야 한다. 언론 역시 감정적 호소에 머물지 않고 객관적 사실과 근거를 바탕으로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야 한다.
건강보험은 특정 기업이나 특정 집단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국민 모두가 지키고 함께 누려야 할 사회적 자산이다.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기업도, 정부도, 환자단체도 각자의 위치에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환자의 눈물은 누구도 이용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기업의 이윤도, 정부의 재정 논리도, 정치적 명분도 아닌 우리 사회가 끝까지 지켜야 할 생명의 가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