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김 득 갑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몸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은 한 번 발생하면 완치가 쉽지 않아 꾸준한 예방과 치료, 관리가 중요하다. 만성질환은 주요 사망원인이자 유병률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 만성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질환 관리와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고혈압, 당뇨병 등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만성질환은 대형병원에서 일회성으로 치료하기보다, 환자가 사는 지역사회 안에서 꾸준히 예방·관리·조정하는 것이 합병증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한 일차의료를 강화함으로써 가벼운 만성질환으로도 대학병원을 찾는 쏠림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 환자와 가장 가까운 동네 의원이 중심이 되어 환자를 포괄적으로 케어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은 ‘한국형 주치의 제도’라고 부른다. 이 사업은 동네 의원이 주치의가 되어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설계되었다. 기존의 만성질환 관리가 환자가 병원을 찾아올 때만 약을 처방하는 소극적 방식이었다면, 이 사업은 환자를 아예 의원에 ‘등록’시켜 지속적으로 돌보는 능동적인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단순 약 처방 위주의 진료에서 벗어나, 만성질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입되는 이 시범사업의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다.
첫째, ‘환자 등록제’를 통해 만성질환자에게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각 동네 의원마다 최대 1,000명의 환자를 등록시킬 수 있다. 환자가 시범사업 참여 의원에 등록하면, 의사는 단순 진료를 넘어 평소 복약 여부, 생활 습관, 합병증 발생 여부 등을 장기적으로 추적 관리한다. 이를 위해 환자 상태의 경중에 따라 4개 그룹(예방·유지군, 일반관리군, 집중관리군, 전문관리군)으로 분류하여 그룹 특성에 맞게 집중 관리한다.
둘째, 의사·간호사·영양사·사회복지사로 이루어진 다학제팀이 만성질환 관리에 참여한다. 만성질환은 약 복용 못지않게 식단, 운동, 스트레스 관리가 필수적이다. 기존 의원에서는 의사 혼자 영양 상담이나 운동 처방까지 하기 어려웠지만, 이 사업에서는 의사, 간호사, 영양사, 사회복지사가 팀을 이룬다. 환자별로 맞춤형 식습관, 운동 방법, 생활습관 개선 및 질병 교육을 심층적으로 제공하고 방문 진료도 시행하므로 만성질환 관리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지역사회 자원과 연계한 돌봄 지원도 제공된다.
셋째, 사업 참여 의원을 위해 새로운 보상체계로 통합수가가 도입된다. 행위별(검사나 처방 건수별)로 비용을 매기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투입된 노력과 성과를 평가하여 보상하는 통합수가를 적용한다. 의원이 환자의 만성질환 악화를 막고 예방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재정적 인센티브를 주기 위함이다.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은 도농복합도시인 안성시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안성시는 고령층의 고혈압과 당뇨병의 유병률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안성시의 2025년 통계에 따르면, 안성시의 만성질환 환자는 고혈압 34,141명, 당뇨병 18,700명으로 집계된다. 고혈압 환자의 약 46%, 당뇨병 환자의 약 47%가 65세 이상 노인 인구에 집중되어 있어 고령층의 만성질환 관리가 매우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이 정착되면 안성시 주민들도 큰 병원에 매번 방문할 필요 없이, 가까운 동네 의원에서 체계적인 만성질환 관리를 지속적·체계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한국형 주치의 제도’라 부르는 이 사업은 질병이 발생한 이후의 단편적 진료를 넘어, 환자와의 지속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예방·관리·조정 기능을 수행하는 주치의 중심의 일차의료 체계가 조기에 정착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시범사업이 국민 건강 증진과 이울러 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