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한미약품의 비만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Efpeglenatide, 이하 에페)'가 마침내 상용화를 위한 최종 관문에 들어섰다. 지난 13일 발족한 전사 협의체 '에페 프로젝트(EFPE-PROJECT) 서사(敍事)'는 단순한 신약 출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 제약산업의 자존심과 집념이 빚어낸 한 편의 드라마를 예고하는 것이다.
이날 발족식에서 임주현 부회장이 던진 메시지는 제약업계에 묵직한 울림을 준다. 임 부회장은 "에페 개발 과정 속에는 한미가 어떤 회사인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들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페를 가리켜 "한미의 혼이 담긴 프로젝트"이자 "성공과 좌절을 모두 지켜낸 상징"이라 정의했다.
이 고백은 지난 10여 년의 고통스러운 세월을 관통한다. 에페는 2015년 국내 제약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 수출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파트너사의 전략 변화로 권리가 반환되는 아픔도 겪었다. 임 부회장의 발언은 그 환희와 좌절의 순간을 모두 현장에서 지켜본 이의 진솔한 회고다.
에페의 여정은 고 임성기 회장의 생애와도 닮아 있다. 그는 생전에 "신약 개발은 내 목숨과 같다"며 R&D에 대한 무모할 정도의 집념을 보였다. 임 회장의 급작스러운 별세 이후 한미약품은 경영권 분쟁 등 대내외적인 거센 풍랑을 맞기도 했다. 그럼에도 포기 대신 완주를 택했다. 지극히 한미다운 결단이다. 임 회장이 남긴 창조와 도전의 DNA가 여전히 한미의 심장에 흐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와 일라이 릴리(Eli Lilly)라는 거대 공룡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형 비만 치료제'의 기치를 들고 독자 상용화에 나선 것은 무모해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한미는 임상을 통해 LP-1 계열 약물 중 가장 우수한 심혈관 및 신장 질환 보호 효능을 입증해 냈다. 낮은 부작용 프로파일 역시 강력한 무기다.
특히 단순한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한국인 특성에 최적화된 '편리미엄'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진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글로벌 빅파마의 틈바구니에서 한미가 선택한 영리한 정면 돌파 전략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에페' 드라마는 실패의 경험을 혁신의 동력으로 승화시킨 한국 제약산업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임주현 부회장의 말처럼 에페의 서사는 이제 회사의 전유물이 아니다. 현장에서 헌신한 모든 임직원의 긍지가 되어 'K-비만약'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것이다. 고 임성기 회장이 그토록 꿈꿨던 '신약 강국'의 비전이 '에페'라는 꽃으로 활짝 피어날 시간이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