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대한민국 의료가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그동안의 보건의료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을 되짚어보면, 주로 의료 장비를 기증하거나 우리 의료진의 술기를 전수하는 '점(點)' 단위의 지원에 머물렀던 것이 사실이다. 보건복지부와 유관 기관들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최첨단 장비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는 운용 인력 부족이나 사후 관리 체계 부재로 인해 수억 원대 장비가 '애물단지'로 전락해 방치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건국대학교병원이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과 손잡고 추진 중인 '베트남 안지앙성 탄짜우종합병원 의료기기 관리운영체계 강화 사업'은 우리 보건의료가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 사업의 핵심은 단순히 고장 난 기기를 수리해 주는 차원을 넘어, 현지 의료진과 의공학 인력이 스스로 장비를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이식하는 데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국내 선진 병원들의 표준 모델인 '예방적 유지관리(PM, Preventive Maintenance)' 체계의 전수다. 의료기기는 문제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사후 수리보다, 평상시 정교한 점검을 통해 오류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환자의 안전과 기기 수명 연장에 직결된다. 건국대병원은 이번 2차 연도 사업을 통해 의료기기 관리 전산화 시스템(CMMS)을 구축하고, 현지 의공실 리모델링에 대한 기술 자문까지 수행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포괄적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는 대한민국 병원들의 정교한 운영 노하우와 IT 기술이 결합된 '의료 경영 모델' 그 자체를 수출하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베트남과 같은 신흥국들은 급격한 경제 성장과 함께 양질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의공학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가 전수한 시스템이 현지 병원의 표준 운영 절차(SOP)로 자리 잡게 되면, 향후 한국산 의료기기와 관련 솔루션의 진출은 자연스럽게 뒤따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제 이러한 'K-의공학'의 표준화된 관리 모델을 브랜드화하여 본격적인 해외시장 확대의 교두보로 삼아야 한다. 정부와 보건당국 역시 일회성 장비 기부 위주의 지원에서 벗어나, 현지의 자립을 돕는 소프트웨어와 관리 운영 체계 이식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의료 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환자 안전을 담보하는 선진국형 의공 관리 모델이야말로 '의료 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전 세계에 각인시킬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건국대병원의 탄짜우종합병원 지원 사례가 베트남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전역의 의료기기 관리 표준 모델로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세계 시장에서 대한민국 의료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