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득갑 이사장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국민의 기대수명은 83.5년으로 OECD 국가(평균 81.1년) 중 상위권에 속해 있다. 하지만 노인복지 수준은 OECD 국가 중 하위권에 머물러있다.
한국은 2008년에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도입하여 노인복지 제도의 기틀을 마련했으나, 노인 빈곤 해소와 연금의 실질적 소득 보장 측면에서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정부는 '의료·요양 등 지역사회 계속 거주(AIP)를 위한 통합지원'을 법제화하고 시범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해 왔다. 정부가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에이징 인 플레이스(Ageing in Place, AIP)' 정책은 병원이나 요양시설에 입소하지 않고도 지역사회 내에서 존엄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 노인의 약 87.2%가 살던 집과 지역사회에 머물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국은 2024년 말에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돌파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노인이 많을수록 돌봄이 중요하다. 돌봄은 노년기 삶의 질을 유지하는데 필수자원이자 기본권이다.
하지만 국내 노인 돌봄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며, 정부 예산, 시설, 간병비 등 전반에서 다양한 공백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노인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 급속히 늘고 있는 가운데, 노인 돌봄 서비스 공급이 돌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돌봄 사각지대’가 매년 커지고 있다.
장기요양보험 수급자는 약 113만명으로 제도 도입 초기 대비 5배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노인의 89%인 약 899만명이 돌봄 공백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돌봄 수요가 가장 많은 85세 이상 후기 고령층의 취약성이 두드러진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중 장기요양 수급자 비율은 재가 9.0%, 시설 2.7%로 각각 OECD 평균(재가 11.2%, 시설 3.5%)보다 낮다. 하지만 가파른 노인 인구 증가 속도, 장기요양 서비스 이용 욕구 증가 및 보장성 확대 등으로 돌봄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도 방문요양, 주야간보호 등 재가 서비스 비중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유럽 선진국에 비해 서비스의 다양성과 통합성이 미흡하다.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 내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충분히 누릴 수 없는 실정이다.
2024년 기준 노인 복지시설은 총 6,557개소로 2008년 대비 약 5배 증가했다. 요양원, 요양시설, 실버타운 등 관련 시설의 공급은 늘었지만, 정원은 여전히 적은 실정이다. 입소 가능 정원은 전체 노인의 약 2.7%인 약 27만 명에 불과하다. 노인 100명 중 97명은 부득이하게 입소 대기하거나 자택 돌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장기요양 공백의 위험 정도도 지역별 격차가 크다. 장기요양보험 적용 시설 및 기관 서비스 중 50% 이상이 수도권에 분포한 탓에 지방은 돌봄 공백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수도권은 수요가 폭발하고, 지방은 서비스 자체 부족이라는 이중 문제에 직면해 있다.
노인 1명당 감당해야 하는 간병비도 2008년보다 2배 이상 오르며 소득 대비 부담이 커졌다. 2024년 월 간병비는 약 432만원으로 평균 소득 363만원보다 69만원 많다. 노인이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이 비용은 더욱 커진다.
고령화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져 시간이 지날수록 돌봄의 공백을 메우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노인 돌봄 공백 현상이 인구 구조 변화와 시스템의 한계가 맞물린 주요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응책이 서둘러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 모두 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적, 산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노인 돌봄 공백의 지속적인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 민간 돌봄이 공적 돌봄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동시에 고품질 돌봄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돌봄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을 수행하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료사협’)의 역할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의료사협은 단순히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적 돌봄 생태계를 구축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어르신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의료·요양·돌봄을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의료사협은 조합원 중심의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와 돌봄서비스를 연계해 제공할 수 있다. 정기적인 방문 진료와 간호를 통해 건강 악화를 방지하는 한편, 지역 내 다양한 복지 자원과 연계하여 의료 서비스 이후의 생활 돌봄 공백을 메우는 '가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재택의료 서비스를 통해 불필요한 요양병원 입원이나 시설 입소를 늦추고, 익숙한 거주지에서 존엄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국가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개인에게는 삶의 질을 높이는 두 가지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