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10일 발표한 '2025년 3분기 바이오헬스산업 기업경영분석' 결과는 충격적이다. 그간 우리 경제의 차세대 먹거리로 손꼽히며 거침없는 성장을 이어오던 바이오헬스 산업의 매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인 4.3%로 급락했다. 특히 직전 분기 11.0%였던 성장세가 불과 석 달 만에 반 토막 난 지점은 이 산업이 일시적 숨 고르기를 넘어 구조적 정체기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산업의 허리인 제약 분야의 부진이다. 제약 업종의 매출 증가율은 12.7%에서 2.3%로 곤두박질쳤다. 전체 제조업 매출 증가율이 반등 추세에 접어든 것과 비교하면 바이오헬스 산업의 나홀로 부진은 더욱 뼈아프다. 단순히 대외 환경 탓으로 돌리기엔 산업 전반의 '기초 체력'이 약해졌다는 증거들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여기에 제약업계의 시름을 깊게 하는 것은 정부의 지속적인 '약가인하' 기조다. 이미 성장판이 닫히기 시작한 상황에서 덮친 약가 규제는 기업들의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업계에서 이번 실적 쇼크보다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이 더 두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약가인하로 인해 당장의 수익 구조가 깨지면 기업들은 가장 먼저 R&D 예산부터 줄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미래 성장동력 상실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재무 건전성 악화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특히 제약 업종은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가 동시에 상승했다. 금리 변동성이 큰 시기에 차입금에 의존한 경영은 R&D 투자 위축을 더욱 가속화할 뿐이다. R&D 투자가 멈추면 신약 파이프라인이 마르고, 이는 다시 미래 성장성 하락이라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질 위험이 크다.
정부는 그동안 바이오헬스를 '제2의 반도체'로 키우겠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산업의 젖줄인 약가를 조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혁신 성장을 외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행정이다. 지금처럼 산업의 기초 체력이 떨어진 시점에서의 무리한 약가인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약가인하 정책이 산업 생태계에 미칠 파급력을 면밀히 재검토해야 한다. 단순히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라는 단기적 성과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혁신 신약에 대한 적정한 가치 보상을 통해 기업들이 R&D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시급하다.
기업들 역시 외형 확장에만 매몰되어서는 안된다. 뼈를 깎는 내실 경영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기업의 사활을 건 자구책도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정부가 육성이라는 이름 뒤에서 규제의 칼날만 휘두른다면, 우리가 꿈꾸던 바이오 강국의 미래는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 산업의 성장 동력이 완전히 꺼지기 전에, 현장의 비명을 외면하지 않는 정부의 전향적인 결단이 절실하다. 골든타임을 놓친 뒤에 내놓는 처방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