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스코리아뉴스] 한국 바이오 산업의 오랜 숙원이었던 '글로벌 빅 바이오텍'으로의 도약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SK바이오팜이 뇌전증 혁신 신약 엑스코프리(Xcopri, 성분명 : 세노바메이트·Cenobamate)의 미국 시장 선전에 힘입어 창사 이래 최대 실적과 함께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단순한 개별 기업의 경사를 넘어 국내 제약업계에 중대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엑스코프리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그리고 미국 현지 직접 판매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전략의 승리라는 점이다. 그간 국내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임상 중간 단계에서 기술 수출(L/O)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시장의 가능성을 믿고 20년 넘는 시간을 투자하며 독자 노선을 걸었다.
결과는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지난해 엑스코프리의 미국 매출은 전년 대비 약 44% 증가한 6300억 원대를 넘어섰고, 연간 영업이익은 약 112% 성장하며 2039억 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연간 270억 원에 달하는 로열티 수익이 더해지며 영업이익의 급격한 상승을 견인했다. 판관비 효율화를 통해 영업이익 구조를 안착시킨 점도 고무적이다. 특히 미국 현지 법인을 통한 직접 판매망 구축은 유통 수수료를 절감하는 동시에 시장 점유율을 끄집어 올리는 핵심 동력이 됐다. 기술 수출에 따른 수수료 수입에만 만족했다면 결코 도달할 수 없었을 수익 규모다.
SK바이오팜은 주력 제품인 세노바메이트로부터 얻은 '프리 캐시 플로우(Free Cash Flow)'를 바탕으로 연구개발 포트폴리오를 본격 확대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지속되는 이익성장과 동시에 R&D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균형 잡힌 빅 바이오텍(Balanced Big Biotech)'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중추신경계(CNS), 방사성의약품 치료제(RPT), 표적단백질분해(TPD) 등 각 모달리티 별 초기 파이프라인 구축을 완료하고 추가로 '기반 플랫폼 기술' 확보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성공 사례는 국내 바이오텍들이 추구해야 할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이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준다. 신약 개발은 흔히 '자본의 게임'이라 불린다. 한 해에만 수조 원을 R&D에 쏟아붓는 글로벌 빅파마와 경쟁하기 위해선, 단순한 기술력을 넘어 상업화 단계에서의 과감한 베팅과 현지 직판 역량이 필수적이다. 엑스코프리의 흑자 전환은 한국 기업도 혁신 신약 하나로 글로벌 시장에서 자생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물론 모든 기업이 SK와 같은 거대 자본을 등에 업고 시작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엑스코프리가 보여준 '선택과 집중', 그리고 '상업화 전문성 강화'라는 전략적 방향성은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바이오텍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독창적인 기전의 후보물질이 있더라도 이를 시장의 언어로 번역하고 직접 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 마케팅 역량이 결합되지 않으면 '반쪽짜리 성공'에 그치기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혁신 신약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의 '데스 밸리(Death Valley)'를 견딜 수 있도록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직판 체계를 구축하려는 기업들에 대한 현지 마케팅 지원 프로그램은 K-바이오의 글로벌 점유율 확대를 위한 실질적인 지렛대가 될 것이다.
제2, 제3의 엑스코프리가 나오기 위해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투자 문화와 끝까지 가보는 끈기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SK바이오팜이 증명한 '성공 방정식'이 한국 제약산업 전반으로 확산되어, 우리나라도 명실상부한 '글로벌 빅 바이오텍' 보유국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