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이 단순 제네릭 중심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쟁 무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과거에는 원료 생산과 저가 복제약에 의존하는 구조였지만, 최근에는 바이오시밀러, 신약 후보 기술 수출, 글로벌 파트너십 체결 등으로 혁신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산업의 성장 기회이자,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절실함을 보여 준다.
◆수치로 본 한국 제약의 글로벌 진출
한국 의약품 수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4~2025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제약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28% 이상 성장했으며, 무역수지도 흑자로 전환하는 등 국제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확대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 다수 기업이 미국·유럽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제약 수출은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수요가 확대되면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전략적 방향 전환: 단순 제조 → 글로벌 가치 사슬로
한국 기업들은 이제 수출만 하는 제조 중심에서 현지 생산, 기술 이전,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등 전략적 접근으로 전환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미국 내 제조시설 인수를 추진하며, 단순 생산 기반을 넘어 현지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는 높은 관세, 지역 규제 대응뿐 아니라 유통·판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다.
이런 움직임은 한국 기업들이 국제 보호무역 환경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대응이자 글로벌 기업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기 위한 필수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CDMO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며, 다수 글로벌 제약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일본 내 상위 10개 제약사 절반과 계약을 맺는 등 미국·유럽·아시아 전역으로 고객 기반을 확대하며 글로벌 CDMO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CDMO는 다른 회사가 제품을 설계·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 모델로, 한국 기업들은 이 영역에서 세계적인 수요를 충족시키는 공급자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기술력 기반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한국 제약사들은 내부 연구를 넘어 외부 혁신 기술을 도입하고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는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유한양행은 외부 바이오텍의 기술을 활용해 임상 개발을 진행하고, 이를 글로벌 빅파마에 라이선스 아웃함으로써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펴 왔다.
종근당은 글로벌 기업 노바티스(Novartis)와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수조원 규모의 해외 기술 거래를 성사시켰다.
글로벌 기술 이전과 파트너십 확대는 한국 기업들이 단순 제네릭 중심인 과거에서 벗어나 혁신 신약 개발 생태계의 구성원으로 발돋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별 글로벌 진출 전략 비교표]
기업
핵심 글로벌 전략
주요 시장
특징 및 포인트
셀트리온
현지 생산기지 확보, 파이프라인 다변화
미국, 유럽, 아시아
미국 내 생산시설 확보 추진 → 관세·공급 리스크 감소 및 현지 시장 대응력 강화
삼성바이오로직스
CDMO/CMO 중심, 생산규모 확대
미국, 유럽, 일본/아시아
글로벌 CMO 계약 확대, ADC 등 차세대 모달리티 투자, 아시아 거점 확대
SK바이오팜
신약 중심 시장 진출, 현지 파트너십 구축
미국 중심
엑스코프리 등 혁신신약 미국 FDA 승인, 현지 파트너십으로 사업 확대
유한양행 & 한미약품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 확대
미국, 유럽, 아시아
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 및 현지 판매권 라이선싱 추진
종근당 & 대웅제약
약효 차별화 제품·시장 다변화
아시아, 일부 유럽
지역 특성화 제품 중심 진출, 중소형 시장 타깃
◆해외 대형 제약사의 전략과 시사점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오랫동안 해외 시장을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해왔다. 노바티스, 로슈, 화이자 등은 각 지역의 규제 환경에 맞춘 현지 생산·임상·마케팅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시장 다각화와 지속 혁신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해 왔다.
한국 기업도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기존 완제품 수출 모델에서 벗어나 기술 수출, 현지 생산, 글로벌 라이선싱, 파트너십 구축 등으로 전략을 확장 중이다. 이는 단기 매출 확대뿐 아니라 장기적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 구축에 필수적이다.
특히 미국·유럽처럼 규제가 엄격한 시장에서 승인을 받는 제품을 확대하는 것은 품질과 신뢰도를 국제적으로 증명받는 과정이다. 이는 결국 글로벌 블록버스터 상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정책적 역할과 산업 생태계 강화
정부도 제약·바이오 산업을 중장기 성장 엔진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5개년 지원 계획 아래 수출 확대, R&D 투자, 임상 및 규제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마중물이 될 것이다.
해외 시장 개척은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다. 한국은 이제 내수형 생산국이 아니라 세계 시장 속 기술 경쟁자로서의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 확대는 단순 수출 증가를 넘어, R&D 경쟁력 강화, 글로벌 브랜드 형성, 장기 성장 동력 확보로 이어진다.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제품을 보유함으로써 한국 기업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결국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 축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